[창간95/FIRST & BEST] 국내 最古 기업은 두산그룹, 종로 포목점으로 출발

    입력 : 2015.03.05 03:00

    맨손으로 이룬 한강의 기적
    1972년 울산 첫 석유화학 공단 造船·철강은 산업화 주역으로
    1호 국산車는 1955년 6인승 '始發' 美軍 폐차부품 이용해 만들어내
    한국車 본격적 1호는 현대 포니

    사우디아라비아 남서쪽 파라잔. 1978년 이곳에 바닷물을 생활용수로 바꿔주는 설비가 들어섰다. 두산중공업이 국내 기업 1호로 수출한 해수(海水) 담수화 플랜트로, 하루 3만명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을 공급했다. 수도꼭지에서 식수(食水)가 나오자 물 부족에 시달리던 사우디 사람들은 "인공 오아시스가 생겼다"며 '기적'이라고 환호했다. 파라잔 담수 설비는 30년 수명을 다하고 2009년 가동을 멈췄지만 기적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사우디 동부 라스 알 카이르 지역에서 17억6000만달러 규모로 세계 최대 해수 담수화 플랜트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말 이 공사가 완공되면 여기서 500㎞ 떨어진 수도 리야드까지 파이프로 담수를 날라 리야드 시민 350만명에게 용수(用水)를 공급한다. 두산중공업은 해수 담수화 플랜트 시장의 40%를 점유하는 세계 1위 기업이다.

    이런 두산그룹은 '국내 최고(最古) 기업'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고(故) 박승직 창업주가 1896년 서울 종로에 포목점 '박승직상점'을 열면서 출발한 것이다. 1915년에는 국내 최초 브랜드 화장품 '박가분(朴家粉)'을 내놓았다. 이후 OB맥주 등 소비재 중심으로 성장했던 두산은 창립 100주년인 1996년을 기점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해 중공업 중심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한국 산업화의 역사는 우리 기업들이 피와 땀과 눈물로 만들어낸 '국내 1호'의 연속사(連續史)"라고 말했다. 1972년 10월 울산공단에서 한화케미칼 등 9개 석유화학 공장의 굴뚝이 연기를 뿜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은 정부의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1억8000여만달러를 들여 조성한 한국 1호 석유화학 단지이다. 1973년 6월 9일 오전 7시 30분, 용암처럼 시뻘건 쇳물이 힘차게 흘러나온 경북 포항에 있는 포항제철 제1 고로(용광로)는 우리 손으로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일관(一貫)제철소 고로이다.

    이듬해 6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독(dock ·배를 만드는 작업장)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인이 만든 1호 유조선인 26만t급 '애틀랜틱 배런'의 명명식이 열렸다. 이들은 모두 '한강의 기적'을 이룬 주역이다. 1970년대 '대한민국호(號)'는 조선·석유화학·철강 등 중화학공업을 앞세워 50년 이상 선진국에 뒤진 산업화 격차를 빠르게 따라잡았다.

    국내 원유 정제 시설로는 처음으로 1964년 가동에 들어간 SK이노베이션 울산 공장의 가동 초기 전경(全景).
    국내 원유 정제 시설로는 처음으로 1964년 가동에 들어간 SK이노베이션 울산 공장의 가동 초기 전경(全景).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대한민국 1호'는 아직도 한국 경제를 펄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생명체(生命體)"라고 말했다. 1964년 국내에서 첫 가동에 들어간 SK이노베이션의 울산 원유 정제 시설 1호기는 이후 부품은 수차례 바꿨지만 기본 외형은 그대로 유지한 채 가동 중이다. 만 50년이 지난 요즘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하루 3만5000배럴이었던 SK 울산 공장의 생산 능력은 증설을 거듭해 84만배럴이 됐다. SK를 필두로 한 석유제품은 한국의 2대 수출 품목이다.

    1976년 1월 판매가 시작된 현대차‘포니’. 국산화율 90%가 넘는 국내 최초의 고유 모델이다. / 1955년 생산된 1호 국산차‘시발자동차’. 미군용 지프
    1976년 1월 판매가 시작된 현대차‘포니’. 국산화율 90%가 넘는 국내 최초의 고유 모델이다. / 1955년 생산된 1호 국산차‘시발자동차’. 미군용 지프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5위 자동차 대국(大國)으로 자리 잡은 우리나라에서 '1호 국산차'는 1955년 국제차량제작주식회사(이후 시발자동차주식회사)가 만든 6인승 '시발자동차'다. '시발(始發)'이라는 브랜드 이름부터 자동차 생산을 처음 시작한다는 뜻을 담았다. 미군용 지프 엔진을 본떠 만들며 실린더 헤드 등 주요 부품을 국산화했다. 하지만 부품의 상당 부분은 폐차된 미군차의 것을 가져다 만들었다. 한국 자동차 기업이 기획부터 생산·판매까지 책임지고 만든 고유 모델 1호 작품은 1975년 11월 1호차가 나온 현대차의 '포니'다. '포니'는 판매가 시작된 1976년 에콰도르에 5대를 수출해 국산차 수출 1호가 됐다.

    조철 산업연구원(KIET) 주력산업연구실장은 "이제는 창조적 아이디어와 고급 기술로 세계시장을 선도(先導)하는 '글로벌 1호' 제품을 얼마나 많이 내느냐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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