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가고 '쿡방(cook+방송)' 왔소

조선일보
  • 권승준 기자
    입력 2015.03.04 03:00

    '삼시세끼'서 요리 뽐낸 차승원, '오늘 뭐 먹지' 신동엽·성시경 등 요리하는 男연예인 인기 끌어
    "지나친 PPL, 성공 방해할수도"

    시작은 장어구이였다. 장어를 반으로 잘라 못으로 고정한 뒤 양념을 듬뿍 발라 노릇하게 구웠다. 뒤이어 매운탕, 홍합짬뽕, 우럭탕수, 고추잡채를 만들더니 급기야 김장에 제빵까지 능숙하게 해낸다. 케이블 tvN '삼시세끼'에 출연한 배우 차승원이 전문가 뺨치는 요리 솜씨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마음이 아니라 입맛을 훔쳤다.

    '차셰프'의 현란한 칼질 덕분에 '삼시세끼'는 방송 5회 만에 14.2%(닐슨코리아)로 tv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네티즌들은 이 프로그램을 '차승원의 쿡(cook)방쇼'라고 부른다. '쿡방'은 '먹방(먹는 방송)'에 빗대 요리하는 모습이 나오는 방송이란 뜻의 신조어다.

    ‘삼시세끼’의 차승원(위 사진)과‘오늘 뭐 먹지’의 신동엽, 성시경은 수준급 요리 솜씨를 선보여 특히 여성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삼시세끼’의 차승원(위 사진)과‘오늘 뭐 먹지’의 신동엽, 성시경은 수준급 요리 솜씨를 선보여 특히 여성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CJ E&M 제공
    케이블 올리브TV의 '오늘 뭐 먹지'도 개그맨 신동엽과 가수 성시경이 나와 각자 한 가지 요리를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쿡방' 콘셉트를 내세웠다. 단순히 요리만 만드는 게 아니라 신동엽과 성시경이 요리 경쟁을 하거나 생일상을 차려주는 등 예능 요소를 가미한 덕분에 요리 프로그램으로선 드물게 20대 여성 시청률이 1%를 넘었다. KBS 예능 '해피투게더'도 '야간매점'이란 코너에서 출연자들이 자신만의 야식을 만들어 주고, TV조선의 인기 예능 '애정통일 남남북녀'에선 박수홍이 요리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이런 인기 '쿡방'들의 공통점은 예능이란 틀 안에서 요리를 소재로 삼는다는 것이다. 또 상당한 요리 솜씨를 갖춘 남자들이 주인공이다. '삼시세끼'의 나영석 PD는 "사석에서 차승원씨를 만나보니 음식에 대한 조예가 상당해서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신동엽·성시경도 찹쌀 등갈비찜 같은 난도 있는 요리를 척척 해내고, 박수홍은 조리사 자격증이 있다. 최근 관객 15만명을 동원하며 조용히 흥행 중인 영화 '아메리칸 셰프'도 푸드 트럭을 시작한 남자 요리사가 주인공이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TV에서 요리사를 유명인으로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대중도 남자가 TV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됐다"며 "TV의 주 시청자층에 여성들이 많다는 점에서 이런 '요리하는 남자'는 한동안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 개인 방송이 주도한 '먹방'과 달리 방송국이 주도하는 '쿡방'은 대기업 광고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시세끼'나 '오늘 뭐 먹지'가 채널 모기업인 CJ 상품들을 주로 노출하는 것이 그 예다. 김헌식 평론가는 "지나친 PPL(product placement·간접광고)은 언제나 콘텐츠의 성공을 방해한다는 걸 제작진이 알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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