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총기 난사 살해사건] '전과 6범' 70代가 18일간 총기 6번 꺼낼 동안 아무 제지 없었다

입력 2015.02.28 03:00

[민간인 엽총殺人 잇따라… 경찰, 테이저건만 들고 출동했다 희생]

-재산 문제로 형·형수 살해
10년 전부터 수차례 돈 요구, 최근 "총 갖고 있다" 협박도
경찰까지 쏘고 본인은 자살… 유서엔 "내가 만든 완벽 범행"
최근 형에게 3억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져

경기 화성 총기 난사범 전모(75)씨가 남양파출소에서 자신의 이탈리아제 엽총을 찾아간 것은 27일 오전 8시 23분이었다. 그는 "법정 사냥 기간이 내일(28일) 끝나니까 원래 총을 보관하던 원주경찰서에 맡기겠다"고 했다.

전씨가 총을 찾아간 지 약 1시간 뒤인 오전 9시 34분쯤 전씨 형(86)의 며느리가 "난리가 났다. 작은아버님이 우리 아버님·어머님을 총으로 쐈다"며 112에 신고했다. 전씨의 형과 형수(84)가 사는 집은 파출소에서 약 900m 거리다. 이웃 주민 조모씨는 "아침부터 집 밖에서 그 집 안주인과 시동생이 말다툼하는 걸 봤는데 얼마 뒤 2발의 총소리가 나고 그 집 며느리가 갑자기 2층에서 나와 '빨리 신고해달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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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 총기난사 사건 시간대별 상황.
남양파출소장 이강석(43) 경감은 순경 한 명과 신고 4분 뒤 현장에 도착했다. 이 경감은 현관문을 열고 진입을 시도했으나, 전씨가 경고사격을 하며 "다 죽이겠다"고 위협하자 일단 물러났다. 이 경감은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갖고 다시 진입하려다 전씨가 쏜 총에 어깨를 맞고 사망했다. 범인 전씨는 오전 9시 40분쯤 자살했다. 뒤이어 진입한 경찰은 집 안에서 전씨와 그의 형과 형수, 이 경감의 시신을 확인했다. 며느리는 2층에서 뛰어내려 변을 면했지만, 척추를 다쳐 수술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전씨는 유서에서 형에 비해 손해를 많이 봤고 서운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전씨는 자기 몫 유산을 탕진한 뒤 형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숨진 형의 유족들에 따르면 동생 전씨는 젊은 시절 부모한테 받은 땅을 팔아 일찌감치 상경했다고 한다. 한 이웃주민(77)은 "동생 전씨는 고교 졸업 후 서울로 가 식당 등을 하다가 2년 전 강원도로 갔고 서울서 열리는 향우회에 기사가 모는 승용차를 타고 와 계산도 자주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식당 하던 아내가 자녀들과 외국에 가면서 전씨 홀로 남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반면 전씨의 형은 2008년 갖고 있던 땅 수천평이 택지 개발에 포함되면서, 수십억원대 보상금을 받았다고 한다.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2층 주택 옆에 붙어 있는 4층 주택도 전씨 형의 아들(58) 소유다. 동생 전씨는 10년 전쯤부터 사업에 필요하다며 형한테서 여러 차례 돈을 빌려갔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다.

동생 전씨는 지난 10일 형 집에 전입신고를 했지만 같이 살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 유족은 "동생이 형을 10년간 괴롭혔는데 형제 사이가 좋을 리가 있느냐"며 "동생이 며칠 전부터 총을 갖고 있다며 협박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숨진 형의 유족은 경찰에서 "설 전에 동생 전씨가 형 측에 3억원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형은 6·25 참전유공자로 무공 훈장도 받았다고 한다. 한 주민은 "마을 토박이로 이장을 지냈고 마을에서 존경받는 큰 어른이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전모(75)씨가 27일 오전 8시 23분쯤 남양파출소를 방문해 총기 반출 절차를 밟고 있다.
총기 반출하는 범인 - 경기도 화성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전모(75)씨가 27일 오전 8시 23분쯤 남양파출소를 방문해 총기 반출 절차를 밟고 있다. 범인은 수렵모자를 쓰고 갈색 점퍼에 체크 무늬 머플러를 두른 노신사의 모습이었다. /경기지방경찰청 제공
범행에 사용된 12구경 이탈리아제 엽총.
범행에 사용된 12구경 이탈리아제 엽총. /경기지방경찰청 제공
경찰에 따르면 범인 전씨가 원래 총기 사용 허가를 받은 곳은 강원도 원주다. 전씨는 원주경찰서에 보관하던 자신의 엽총을 지난 2월 9일 형 집 근처 남양파출소로 옮겼다. 전씨는 이후 범행 때까지 18일간 각각 6차례씩 입출고를 했다. 전씨는 음주 운전·사기 등 전과 6범이었고 그중에 폭력 전과가 두 건이나 있었다. 그런 전과에 70대 중반인 전씨가 짧은 기간 빈번하게 총을 입출고하는데도 경찰은 의심하지 않았다. 전씨는 총을 다시 맡길 때마다 "오늘도 (사냥감을) 못 잡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씨는 개인 소유 18㎜ 엽탄을 사용했다.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 관계자는 "멧돼지 등 큰 동물을 사냥할 때 쓰는 총알로 사람은 어디에 맞든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피해자들을 향해 모두 6발을 쐈다. 형 부부가 오른쪽 가슴에 각각 1발씩 맞았다. 전씨는 이강석 경감을 향해 2발을 쏴 그중 한발이 왼쪽 쇄골에 맞았다. 전씨는 자신의 가슴과 오른쪽 겨드랑이에 각각 1발씩을 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5일 오전 세종시 편의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과 닮은꼴이다. 당시에도 범인 강모(50)씨가 수원에 보관하던 엽총 2정을 범행 이틀 전 범행 현장과 가까운 공주경찰서 지구대에 맡겼다가 범행 당일 출고했다. 강씨는 전 동거녀 일가 3명을 살해한 뒤 자신도 엽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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