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124] 과거의 내가 정한 삶을 살게 될 미래의 나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5.02.26 03:00

    김대식 KAIST 교수 사진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건강하고, 돈 많이 벌고, 의미 있는 일 하며, 여행 많이 다니고…. 대부분 사람이 원하는 삶일 것이다. 물론 당연하다. 아프고, 가난에 쪼들리고, 의미 없는 일만 하다 죽는 인생은 아무도 원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우리는 분명히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리고 사회·경제·정치적으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만 있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선호하는 것을 선택한다. 선택은 실천된 선호도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호도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유전, 교육, 친구 환경, 전통, 종교, 사회…. 선호도를 좌우하는 수많은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거기에다 특별한 이유 없이 우연으로 선호하는 것들까지 포함한다면 인간의 선호도란 필연과 우연의 조합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영원히 변치 않는 필연과 예측 불가능한 우연 사이에 얽매여 살아야 하는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광유전자, 브레인 리딩 및 브레인 라이팅. 최근 소개된 다양한 뇌 과학 결과들에 따르면 머지않은 미래에 어쩌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선호도를 디자인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괴롭고 슬픈 과거를 내 기억에서 지울 수 있겠고,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언젠가는 현실에선 경험하지 않은 일들을 내 기억에 심어놓을 수도 있겠다. 돈만 많이 낸다면 평생 아늑한 방에 앉아 세계 최고 탐험가의 기억을 살 수 있고, 사랑하지도 않은 여인들과의 연애를 추억 삼아 살 수 있겠다. 반대로 내가 원하지 않는 것들은 사전에 나의 뇌에서 지워버릴 수도 있다. 살을 빼기 위해서는 음식에 대한 욕망을 미리 지워버리고, 수능을 잘 보기 위해 놀거나 쉬고 싶은 마음을 사전에 없애 버린다. 불타는 애국심을 뇌에 심을 수 있고, 원한다면 특정 민족과 인종에 대한 증오심도 뇌 깊숙이 입력해주면 된다.

    우리의 선호도를 우리 자신이 디자인할 수 있게 되는 순간, 미래의 내가 무엇을 원하게 될지 현재의 뇌가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미래의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는 먼 과거의 내가 정해놓은 인생을 살게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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