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최대 역점사업 '상고법원 도입', 첫 관문인 법사위 문턱부터 막힐 듯

입력 2015.02.25 14:16 | 수정 2015.02.25 14:18

법사위 의원 전수조사했더니 15명 중 5명만 찬성…비상 걸린 대법원

6년 임기 중 약 2년 6개월을 남겨 둔 양승태 대법원장의 최대 목표는 ‘상고법원(上告法院)’ 설립이다. 스스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얘기를 해왔다. 법원행정처 간부들도 국회와 접촉을 늘리는 등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고법원은 3심에 올라온 상고 사건 가운데 법령 해석에 관한 주요 사건은 대법원이 맡고, 일반 사건만 담당하는 별도 법원이다. 한해 3만8000여건의 항소 사건이 대법원에 몰리는 상황에서 이 적체를 상고법원에 덜고, 대법원은 최고법원으로서 법령해석 기준을 제시하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우리나라 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중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선 법이 바뀌어야 한다. 그 첫 관문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다. 그런데 법사위 위원들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본지가 지난 23일과 24일 법사위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전수조사해봤더니, 15명 중 10명이 반대나 유보의 입장을 나타냈다. 상고법원 도입이 첫 문턱에서부터 걸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상고법원 도입에 따른 3심제 변화

법사위 소속 의원 15명 중 찬성 의견을 나타낸 의원은 5명(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서영교·임내현 의원, 새누리당 홍일표·이병석 의원)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대부분 현재 논의된 수준으로는 상고법원 설치에 찬성할 수 없고, 하급심 강화나 대법관 증원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얘기했다. 반대 의견을 나태낸 의원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가장 큰 문제는 ‘왜 대법원이 업무 하중에 시달리느냐’란 문제의식이 법안에 결여돼 있다는 것이었다.

검사 출신인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상고법안 도입의 주요 취지인 대법원의 업무 하중에 대한 근본적 이유가 불분명하다”며 “이것이 하급심에 대한 불만족 등에서 나오는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사전 조사나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전해철 의원도 “현재도 하급심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와 승복률이 매우 낮은데, 상고법원 도입으로 하급심이 오히려 약화한다면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이 상고법안 설립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면서, 가장 큰 이유로 든 것이 연간 3만8000여건에 달하는 대법원의 업무 처리 적체 현상이었다. 대법원이 교통범칙금 사건 등까지 처리하는 상황이다 보니 최고법원으로서 새로운 가치관 형성과 법령해석 기준을 제시해야 할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법사위 의원들은 상고법원이 생기더라도 하급심에 대한 신뢰도 저하 현상이 해결되지 않으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상고법원이 생기면 하급심에서 활동하던 경력 있는 판사들이 상고법원으로 이동하게 돼 하급심에 대한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상고법원 판사를 법률상 15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 등으로 활동한 사람 중에서 선발한다는 구상이지만, 인력에 한계가 있어 법원 내부에서 대거 충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건을 어떻게 대법원과 상고법원으로 나눌지가 불분명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법원 외부 분위기도 대법원에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당초 대법원은 지난해 168명 의원이 법안 발의에 참여했을 때만 해도, 법안 취지에 국회가 상당히 우호적인 것 같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후 ‘막말 댓글’ 판사, 사채왕 뇌물판사, 성추행 판사 등 법관들의 비리사건이 이따라 터지면서 법원에 대한 시각이 안 좋은 쪽으로 형성되고 있다. 법조삼륜의 한 축인 대한변협의 신임 하창우 회장도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나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선고 모습.
대법원은 비상이 걸린 분위기다. 대법원 측은 의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법안의 필요성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반대 의견 중 상당수가 법안의 내용을 오해한데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예컨대 대법원 업무가 과부화 된 것이 하급심의 신뢰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란 지적에 대해 “접수된 사건 수 자체가 큰 폭으로 증가한 데다, 양형 기준 상향에 따라 형량이 높아진 것 등 여러가지 요인이 상고 비율을 높이고 있다”고 반박한다. 또 상고법원 도입과 함께 하급심 강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고법원의 대안으로 꼽히는 대법관 증원에 대해선 “분쟁해결 구조의 최상층부가 비대해져, 전원합의체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주장한다. 실제 이 방안은 2010년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논의됐으나, 채택되지 않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이런 노력과 설득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법원 조직 자체에 변화를 주는 일은 2006년과 2010년에도 진행됐지만,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만큼 논란이 많아 쉽지 않은 일이다.

상고법원 도입과 관련해 다음달 2일 열릴 예정인 공청회가 도입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토론에는 상고법원에 대한 찬성론자 2명, 반대론자 2명, 중립 2명 등이 토론자로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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