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도 울릴 '아카데미' 최고의 수상소감

    입력 : 2015.02.24 07:22

    “언제나 갈망하고, 언제나 우직하게 (Stay hungry, stay foolish!)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은 연설의 전범 중 하나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남자였던 스티브 잡스가 말합니다. 자신이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라고요. 당대의 젊은이들은 열광했습니다.

    “이상해도 괜찮아, 남들과 달라도 괜찮아 (Stay weird, stay different)”
    그로부터 딱 10년 후, 시나리오 작가인 그레이엄 무어(34)는 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씨어터에서 열린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런 수상 소감을 말을 남겼습니다. 그는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1912~1954)을 다룬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각색상을 수상했습니다.

    “앨런 튜링은 이 자리에 서서 이렇게 멋진 관객들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무대에 섰네요. 말도 안되게 불공평한 일이네요. 저는 16살 때 자살 하려고 했어요. 내가 비정상이다, 남들과 다르다 느꼈기 때문이죠. 저는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이 순간은 자기가 남들과 다르다거나, 자신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그런 사람을 위한 시간입니다. 남들과 달라도 괜찮아요. 당신 차례가 오면, 이 무대에 서서 다음 사람에게 이 메시지를 전하세요. 좀 이상해도 괜찮아, 남들과 달라도 괜찮아 (Stay weird, stay different)”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시나리오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한 그레이엄 무어.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독일군의 암호를 풀기 위해 인류 최초 컴퓨터를 개발한 수학자 앨런 튜링을 다룬 일종의 전기 영화입니다. 영국군이 2차대전에 참전한 다음날 암호해독관으로 암호학교에 들어간 튜링은 난해한 암호체계 에니그마(수수께끼)를 연산기계장치, 즉 컴퓨터를 이용해 풀겠다고 나섭니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지요. 주위와도 불화합니다.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대놓고 멍청하다고 비난을 퍼붓는 그는 외톨이였습니다. 그가 섞이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동성애자였던 그는 전후 성문란법에 걸려, 화학적 거세형을 받습니다. 지독한 천재에다 그 이상 불행했습니다.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의 전기적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오스카 수상 소감을 위해 배우들은 ‘과외’까지 받는다지만, 올해 최고의 ‘말’을 남긴 영화인은 시나리오 작가인 그레이엄 무어로 결판났습니다. “Stay weird, stay different”는 트위터를 통해 급속히 확산, 재확산되고 있습니다. 배우 엘렌 디제네리스는 “최고의 연설”이라는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흔히 미국을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 다양성이 존재하는 사회라고들 하지만, 막상 그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서로 인정하는 듯 하지만 속으로는 판단(judge)하고 평가하고, 비난한다고들 말합니다. 특히나 ‘이상하다’는 뜻의 ‘weird’라는 단어를 남들에게 쓸 때는 매우 조심스럽게 사용한다고 합니다. 친구끼리 장난으로 “넌 또라이야”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직장에서 상사에게 “또라이세요”라고 말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상하다(weird)는 단어는 때로 동성애 문화를 수식하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무어는 공식적으로 커밍아웃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것으로 추측됩니다.

    무어의 수상 소감에 열광하는 광경을 보니, 지난해와 올해가 미국 동성애자들에게 최고의 해가 될 것이란 느낌이 듭니다. 애플의 CEO 팀 쿡은 지난해 아이폰 6가 대박을 친 후,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했습니다. 올해 그래미상의 최고 스타인 샘 스미스는 “히트곡 ‘Stay with me’가 자신을 떠난 남자친구 덕에 나온 노래”라고 수상소감을 통해 밝혔고요. 팀 쿡, 샘 스미스 그리고 그레이엄 무어까지 자신의 인생의 최고의 순간에 “나는 소수자”라고 선언을 한 셈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stay weird’라는 말에 공감하는 이들이 모두 동성애자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남들과 달라도 괜찮다”는 말에 크게 감동하고 위로받습니다. 아마도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인종적으로, 혹은 다른 이유로 우리 모두, 가끔은 소수자가 되기 때문일 겁니다. ‘다수’의 압박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대다수’라는 말이 가진 폭력성이 얼마나 반대편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느끼기 알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나만 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외톨이라고 느껴질 때, 무어의 말을 주문처럼 외워보고 싶습니다.
    Stay weird, stay differ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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