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제주도의 '恐中症(공중증)'

    입력 : 2015.02.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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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한 사회부 기자

    "전국에 지점이 6개 있는 우리나라 호텔 체인인데 제주도에서만 중국인 소유라는 소문이 돌아 난처합니다."

    지난달 29일 제주시 연동 '바오젠(寶健) 거리'에 있는 한 호텔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매일 한국 손님 2~3명이 호텔 사장이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는다는 것이다. 제주도에는 1~2년 전부터 이 호텔이 중국인 사업가에게 넘어갔다는 소문이 퍼졌다. 인근 상인은 "지난해 2월 중국인이 사들여 40억원을 차액으로 남기고 다른 중국인에게 팔아넘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호텔은 2013년 6월 한국 호텔 체인이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호텔 관계자는 "제주도에 중국인들이 투자를 많이 하니까 근거 없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몇년 사이 제주도에는 '중국인들이 주요 상가를 쇼핑하듯 구매하고 제주도 땅을 모두 사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그러나 소문은 사실과 많이 달랐다. 중국인 소유라는 소문이 돈 바오젠 거리의 상점 7곳은 등기부상 모두 한국인 소유였다. 중국인이 호텔 건설용으로 구매했다는 부지도 실제론 한국 기업이 지난해 3월 구매했다. 제주도청이 지난해 7월 바오젠 거리 상점 소유 현황을 조사해본 결과 중국인 소유 상점은 하나도 없었다. 도청 관계자는 "중국인 구매 내역이 없어서 우리도 놀랐다"고 했다.

    '제주도가 머지않아 중국 땅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공중증(恐中症)은 비단 제주도민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에 투자한 중국인 '푸이다이(富一代·자수성가한 부자 1세대)'를 분석한 얼마 전 본지 기사에는 주로 '중국놈들에게 제주도를 다 팔아먹겠네' '몇년 뒤면 제주도에 비자 받아서 들어가야 할지도…'라는 비판적인 댓글이 많았다.

    그러나 소문의 근원인 푸이다이는 정작 제주도 투자에는 큰 관심이 없는 듯했다. A(43)씨는 "우리는 중국·미국·유럽 등에 상당한 투자처를 갖고 있다. 제주도에는 자녀 교육과 삶의 질 때문에 왔다"고 했고, B(53)씨도 "제주도는 크기가 너무 작아 투자 개발을 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자녀 과외비로 연간 수천만원을 쓰는 푸이다이에게 제주도 리조트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시세 차익은 관심사가 아니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최근 제주도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요인은 중국인 관광객 특수로 '제주도에서 장사가 되겠다'고 판단한 국내 투기 자본이 쏟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인이 소유한 제주도 토지 면적(833만㎡)은 전체 면적(1833.2㎢)의 약 0.46%였다.

    다롄 출신 중국인 사업가(40)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영주권을 받아도 아이가 제주도 국제학교 졸업 후 영미권 대학에 진학하면 우린 떠난다. 그러면 리조트가 텅 비어 가격이 급락하고 중국 기업의 투자도 끊길 수 있다. 우리를 적대하기보다 우리가 제주도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만들어 못 떠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말은 다른 의미로 공중증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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