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 "수업 내내 잠자던 아이들, 이젠 학교앞 분식점 오가며 소상공인 살리기 프로젝트 진행해요"

    입력 : 2015.02.24 03:00 | 수정 : 2015.03.11 17:20

    창업가 정신 알려주는 소셜 벤처OEC 장영화 대표
    공유자전거 서비스 '빠박이' 학교 찾아가는 미용 서비스 진행
    "주입식 교육은 이젠 옛 말, 문제를 기회로 삼는 게 중요하죠"

    지난 10일, 고려대학교 앞에 OEC가 새롭게 문을 연 공간 ‘창고’에서 만난 장영화 OEC 대표
    지난 10일, 고려대학교 앞에 OEC가 새롭게 문을 연 공간 ‘창고’에서 만난 장영화 OEC 대표. 장 대표는“많은 창업자가 창고에서 시작했듯, 많은 학생이 마음껏 시도하고 실패하고 과정을 경험하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창고’라 이름 붙였다”고 했다.

    "세상에 나와 보니,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학교에서 배운 주입식 교육으로는 이미 다 끝난 전쟁이더라고요."

    서울대 법대 졸업, 남들이 목멘다는 사법고시까지 통과하고 변호사가 됐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으로 첫발을 디딘 셈이지만, 허전했다. 안정적인 로펌을 박차고 나와 '내 일'을 찾아 헤맨 지 수년, 지난 2010년 교육 스타트업 OEC(Open Entrepreneur Center)를 세운 장영화(43) 대표의 말이다. 장 대표가 만든 OEC는 창업가 정신을 교육하는 교육 기업이다. 고등학교와 대학 강의뿐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OEC 앙트십(창업가 정신) 교육'을 진행한다. 먼 길을 둘러온 그녀가 창업가 정신 교육에 정착하게 된 이유는 왜일까.

    "시키는 대로 공부만 하면 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런데 더는 아니잖아요. 입시 위주 공교육에서 소수를 제외하곤 대다수가 낙오자로 전락해요. 소위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그 소수도 고시나 자격증에 매달리고 있고, 그러면서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른다'고들 합니다. 이제는 새로운 역량이 필요하거든요. 창업가 정신은 문제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그걸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풀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역량이에요. 창업가 정신이 꼭 '창업'할 것을 강조하는 건 아녜요. 문제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해결 방법을 찾고, 그것을 우직하게 실현해나가는 게 핵심입니다. 꼭 창업이란 방식이 아니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세상도 원하는 일'을 고민하면서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고 새로운 길을 여는 사람들을 길러내는 거죠."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공교육 곳곳에서 이런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청소년 시절 창업가 정신 교육을 받은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월등히 높은 업무 수행 능력, 취업률, 창업률 등을 보여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교육은 어떻게 이뤄질까. 모든 프로그램의 시작은 OEC에서 개발한 '기회 발견·문제해결 카드'다. 손바닥만 한 하늘색 카드 뒷면엔 이런저런 문제들이 나열돼 있고, 뒷장엔 그 문제에서 기회를 발견한 기업들의 이름이 나온다. '자꾸 잃어버리는 USB, 무거운 외장 하드를 사용하지 않고도 컴퓨터, 노트북, 스마트폰에서 파일을 공유할 수 없을까?' '호텔이나 숙박 업소가 아닌 현지인이 제공하는 빈방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문제를 각각 해결한 기업인 '드랍박스'와 '에어비엔비(AirBnB)' 사례를 접하며, 사실은 모든 기업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시작했다는 점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기업에 대한 인식이 안 좋거든요. 기성 세대의 잘못이죠. 기업들이 사실은 문제를 기회로 삼은 창업 동력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기억하게 하는 거예요. 자기 주변 일상생활 속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찾아보게 하고, 또 거기서 어떤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기회를 발견하게 합니다."

    1만원으로 실제 프로그램을 진행해보는 '만원 프로젝트'에서부터 장기 프로그램까지, 창업가 정신 교육을 통해 만난 아이들은 현장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숨겨진 빛을 발했다.

    "(분당)이우학교라는 대안학교에서 가장 오랫동안 진행했는데, 다양한 변화들이 만들어졌어요. 학교가 산 위에 있다 보니 교통이 불편한데, 학용품을 안 가져오거나 하면 30분씩 걸어서 주민센터까지 내려갔다 올라와야 하는 거예요. 고민하던 아이들이 공유 자전거 서비스 '빠박이'를 만들었어요. 빠박이는 '빠른 바이크가 이곳에'의 약자고요(웃음). 마을 주변에 방치되는 녹슨 자전거를 수거하고 또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기부받아서 직접 페인트칠을 해서 학교와 마을 각각 두 곳에 자전거 정류장을 만들었어요. 모든 신청접수는 카카오톡으로 받고요. 또 한 번은 학교가 추운데, 뽁뽁이를 붙이면 외풍은 줄겠지만, 외관상 보기 좋지 않으니 이걸 어떻게 풀까 하다가 '뽁뽁이 아트'를 해서 예쁘게 꾸미기도 하고요. 만원 프로젝트로 폴라로이드(즉석인화) 카메라를 갖고 사진 찍어 돈을 벌기도 하고, 학교가 더 재미있는 공간이면 좋겠다면서 학교 안에 머리를 감겨주거나 무스를 발라주는 '찾아가는 미용 서비스'를 만들기도 했죠. 아이들이 문제 상황을 만나면 안 좋다면서 불평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바꿀지를 고민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수업 내 엎드려 자던 아이들이 학교 앞 분식집을 오가며 소상공인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새로운 아이디어 생각에 눈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장 대표는 "주입식 교육 틀에선 쓸 기회가 없던 '안 쓰던 근육'을 쓸 판만 깔아줬을 뿐인데도, 아이들에게 자신감이 붙자 얼굴이 몰라보게 달라지더라"고 했다. 올해로 5년차, 한땀 한땀 들인 노력이 이젠 신뢰가 쌓이고 입소문이 퍼지며 OEC 앙트십 교육을 요청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이제는 청소년 교육을 통해 다져진 시스템을 청년으로 확대하기 위한 고민도 시작됐다.

    "우리 창업가들은 현실에 두 발을 딛고 꿈꾸는 사람들이에요. '이게 좋은 것이니 사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거죠. 아이들이 문제를 만났을 때, 어떻게 풀어나갈지 생각하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즐거워요. 변호사 관두고 나오길 정말 잘했다 싶죠.(웃음) 더 많은 사람이 본인이 원하는 것을 풀어가는 삶,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 문제를 해결하는 삶을 이끌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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