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이 중국 가오후청(高虎城) 상무부장의 아들 가오줴(高珏)를 부정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미 금융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JP모건은 2007년 취업 인터뷰에서 최악의 성적을 낸 가오줴를 채용했고, 그가 동료에게 성희롱에 가까운 이메일을 보냈는데도 눈감아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2011년에도 중국 국영 광다그룹 탕솽닝(唐雙寧) 회장의 아들 탕샤오닝(唐小寧)을 고용한 뒤 광다은행의 상장 자문 계약을 따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처럼 월가 투자은행들이 중국 고위층 자녀를 채용한 대가로 사업상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계속 불거지면서 "중국 황태자(고위층 자녀)는 월가의 로비 창구"라는 얘기가 중국 안팎에서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후진타오 시대 공산당 서열 2위였던 우방궈(吳邦國)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사위 펑사오둥(馮紹東)이 2006년 메릴린치를 도와 중국 공상은행의 220억달러(약 24조원)짜리 상장 계약을 성사시킨 게 대표적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딸 원루춘(溫如春)은 크레디트스위스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투자 컨설팅 업체를 세웠다. 그녀의 회사가 JP모건과 2년간 180만달러(약 20억원)의 자문료 계약을 맺은 것은 원자바오의 총리 재임 시절이었다고 홍콩 명보(明報)는 전했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장손인 장즈청(江志成)은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에 몸을 담았다. 그가 2011년 25세의 나이로 사모펀드를 세워 3년 만에 4배의 수익을 올린 것은 월가의 투자와 장쩌민의 후광이 결합한 덕분이란 분석이다.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아들 주윈라이(朱雲來)는 회계 법인 아서앤더슨에, 리루이환(李瑞環) 전 정협 주석의 아들 리전즈(李振智)는 1000만달러의 연봉을 받고 UBS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 홍콩 시사 주간지 아주주간은 "미국 칼라일그룹이 류윈산(劉雲山) 현 정치국 상무위원의 아들 류러페이(劉樂飛) 등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가 은행이 중국 고위층 자녀를 채용하는 건 중국의 '관시(關係) 문화' 때문이다. 중국의 권력·금력을 모두 거머쥔 공산당 지도부에 접근하려면 "어쩔 수가 없다"(WSJ)는 것이다.
월가와 중국 황태자의 결탁이 '새로운 부패 고리'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황태자는 미국 유학과 월가 근무 등을 통해 선진 금융 기법을 익힌 뒤 월가 투자와 집안 배경을 활용해 막대한 부를 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