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7일 STX그룹으로부터 7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을 구속 기소했다. 정 전 총장은 2008년 장남 이름으로 요트 회사를 차린 뒤 이 회사를 해군 행사에 참여시키면서 후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한다. STX 측이 머뭇거리자 '앞으로 사업할 생각이 있느냐'고 협박하며 돈을 뜯어냈다는 것이다. 특혜 시비가 일 게 뻔한 행사를 정 전 총장이 밀어붙이는데도 해군 내에선 막아서는 사람이 없었다.
공군에서도 비슷한 비리가 적발됐다. 검찰은 서류를 조작해 전투기 부품 교체 대금 24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천모 전 공군참모차장 등 6명도 재판에 넘겼다. 공군 관계자들은 비리를 진작에 눈치 채고도 덮어줬다고 한다. 내부 견제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2009년 해군 소령 김영수씨는 군납 비리를 언론에 폭로해 31명이 처벌을 받게 되면서 군복을 벗어야 했다. 국군복지단에 근무하던 장교가 비리를 고발했다가 복무규율을 어겼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하는 일도 있었다. 비리 고발 직원은 '조직의 배신자'로 찍히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풍토가 여전하다고 볼 수 있다.
군대나 기업의 비리는 수사기관이 적발해 내기 쉽지 않다. 하지만 국제부정행위조사관협회(ACFE)가 2012년 세계 96개국 기업과 정부 기관을 상대로 부정부패 사건 1388건을 조사한 결과 내부 고발을 통해 드러난 경우가 43.3%나 됐다. 고발자의 신분을 철저하게 보장하고 충분한 보상을 해주면 큰 비리도 얼마든지 캐낼 수 있다는 증거다.
미국은 제보자가 익명(匿名)으로 비리를 고발할 수 있다. 금융회사인 UBS의 탈세를 신고한 직원은 1억달러 넘는 포상금을 받았을 정도로 보상도 엄청나다. 내부 고발에 따른 보복성 인사를 감시·조사하는 정부 기관까지 있다. 영국은 제보자가 고의적으로 허위 제보를 하지 않는 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우리도 2011년 공익신고자보호법을 만들어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고 있지만 '공익 제보' 대상 비리가 일부에만 한정돼 있는 데다 포상금도 푼돈에 불과하다. 내부 고발자에게 순교자(殉敎者)가 되기를 강요하는 나라는 선진국 진입을 꿈꿔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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