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초점] 15년 高유가의 '還給(환급) 보너스' 기대할 때

    입력 : 2015.02.16 03:00

    低유가·低금리 혜택 활용해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해 가계 부담 덜어주고
    연말정산·증세 논쟁 벗어나 일자리와 高수익 실물 투자로 복지 위한 成長에 주력하길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배럴당 100달러대 고(高)유가 시대는 이제 끝난 것 같다. 2000년대 중국의 부상으로 촉발된 고유가 시대는 201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셰일 오일 혁명으로 종결됐다. 고유가 시대에 유가(油價)는 배럴당 20달러에서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으니 산유국(産油國)은 독과점 이윤을 톡톡히 누렸다.

    경제학에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있다. 독과점 이윤과 만성적 공급 부족 전망은 기술 혁명을 초래했고, 결국 산유국의 가격 전쟁과 유가 폭락을 가져왔다. 유가가 향후 회복하더라도 70달러 근처에서는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는 새로운 생산 구조 때문에 유가 100달러 시대는 최소한 수년간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전문가에 따르면 셰일 오일은 가격만 적정하면 수도꼭지 트는 것만큼 빠르고 쉽게 증산할 수 있다고 한다.

    10여년 사이 5배나 오른 고유가는 한국 같은 비(非)산유국의 경우 고스란히 국민 전체의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계산해 보면 유류(油類)가 소비의 7% 정도니 그간 가구당 부담이 100만원 정도 늘어 보건비 다음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이 액수는 같은 기간 소득세 증가와 비슷하다. 우리 국민은 국세청과 산유국 양쪽에 세금을 납부해온 셈이다.

    저유가가 지속되면 고유가 시대에 부담하던 추가 비용은 내지 않아도 되니 환급(還給) 보너스라고 할 수 있다. 유가가 60달러로 하락하면 소비자의 연료비 부담이 연 10조원 정도 감소해 가구당 50만원씩 줄게 되고, 금리로 본다면 1% 인하의 이자 비용 감소와 비슷한 규모가 된다. 기업의 생산 비용도 상당하게 감소하여 채산성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다.

    한국은 석유 수입 의존도가 100%이므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 환급 보너스가 많은 편이다. 중국이나 인도도 석유 수입국이지만 석탄이나 다른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므로 저유가 혜택이 적다. 이미 한국의 유류 가격은 작년 9월 대비 1월 현재 17% 감소해 다른 주요국에 비해 빠르게 하락한 편이다.

    저(低)유가 시대는 한국에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요즘 저유가 등 많은 경제 현상을 고령화, 저물가, 저성장의 한국적 틀에서 비관적으로 보는 풍조가 있는데 대만은 좋은 반증(反證)을 보여준다. 대만의 고령화는 한국보다 좀 더 심하지만 작년에 한국보다 수출과 내수가 좋았다. 게다가 저유가 혜택으로 1월에는 전기료를 환급했고 이 때문에 물가가 대폭 하락했지만 아무도 디플레이션이라고 걱정하지 않는다.

    저유가와 국제 저금리, 미국 경제 회복이라는 해외 변수는 분명히 호재다. 저유가로 경상수지가 개선되고 경기 회복이 지속되지만 물가 상승 압력은 약하므로 향후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저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할 수 있다. 동시에 저금리 정책에 따른 가계 부채 증가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고,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 이자만 내는 주택 담보 대출을 고정금리 및 분할 상환으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가계 부채의 건전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정책 수단의 선택은 가계 건전성 유지, 수출 채산성 악화, 세수(稅收) 미달 위험성과 재정법의 경직성 등 국내 제약 조건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지금 연말정산이나 증세 논쟁에 몰입하는 것은 큰 그림을 놓치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금융 위기가 미국의 견조한 회복으로 끝나가는 이때 좋은 일자리와 고수익 실물 투자를 늘리는 데 매진하며 저유가와 저금리의 혜택을 십분 활용해 가계 형편이 나아지게 해야 한다. 노령화 대비와 복지 재원 확보는 궁극적으로 성장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소를 키워서 우리 미래를 준비해 주었는데 우리는 지금 소를 잡아서 어찌 나눌지 논쟁하느라 급변하는 국제 환경에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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