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율법이 닿지 않는 땅… '中東의 해방구' 바레인

입력 2015.02.14 03:00

나이트 클럽선 술 팔고 여성들은 짧은 원피스 차림, 피임약 등 금기 품목도 판매
바레인, 인구 절반이 외국인… 이슬람 율법에 유연한 태도

지난 10일 밤 11시 바레인 수도 마나마의 주페어. 현지인들이 '나이트 클럽(night club)'이라고 부르는 '클럽 360'에 들어서자 중동 이슬람 국가들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짧은 원피스를 입은 여성들이 술을 마시고 남성들과 어울려 춤을 췄다. 일렉트로닉·힙합 등 서구 댄스 음악이 귀를 때렸다. 보드카·위스키·맥주뿐만 아니라 에너지 드링크(카페인을 다량 함유한 음료)에 예거마이스터라는 술을 섞은 '예거밤(Jager bomb)'까지 팔았다. 구미권 젊은이들이 클럽에서 즐겨 먹는 술이다. 이슬람 율법은 술을 금지하고 있다. 30대 초반 러시아 여성은 "200디나르(약 60만원)만 주면 오늘밤을 함께 보낼 수 있다"고 했다.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의 주페어에 위치한 나이트클럽 ‘클럽 360’에서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다른 중동 이슬람 국가에서는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클럽이나 술집을 금지하고 있다. 이곳의 한 점원은 “손님의 70%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중동 국가에서 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의 주페어에 위치한 나이트클럽 ‘클럽 360’에서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다른 중동 이슬람 국가에서는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클럽이나 술집을 금지하고 있다. 이곳의 한 점원은 “손님의 70%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중동 국가에서 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재준 기자
마나마에서 불과 600~1000㎞ 거리에 있는 시리아·이라크에서 '이슬람 국가(IS)'와 서방세계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바레인은 IS와 같은 이슬람 수니파를 국교로 하면서도 서구 문화를 적극 받아들였다. 외신들은 서구 문화에 개방적인 바레인을 '중동의 해방구' '중동의 똘레랑스(관용)'라고 부르기도 한다.

목요일 저녁이 되면 사우디아라비아인 15만~30만명이 연륙교((連陸橋) '킹파드 코스웨이'를 타고 바레인으로 넘어오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영화관까지 금지할 정도로 폐쇄적인 사우디 젊은이들은 단지 영화를 보기 위해 바레인을 찾기도 한다. 지난 9일 마나마 중심가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시티센터'의 15개 상영관에서 '아메리칸 스나이퍼' 등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1층 약국에선 이슬람교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피임약이나 콘돔을 팔고 있었는데, 이곳 점원은 "바레인 사람뿐만 아니라 사우디 젊은이들도 사간다"고 말했다. 다른 중동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바레인 수퍼마켓에서 이슬람에서는 금기인 술·돼지고기를 검은 비닐봉투에 담아 사간다고 현지인들은 전했다.

바레인 위치 지도

다른 중동 국가들과 달리 바레인이 이슬람 율법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건 외국인이 바레인 경제의 핵심 동력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와 비슷한 면적(770㎢)인 바레인은 전체 인구 120만명 중 절반이 외국인이다. 바레인 국내총생산(GDP)의 17%를 차지하는 금융 분야도 시티은행·스탠다드차타드 등 외국계 은행이 중심이다. 바레인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404개 금융기관 중 외국계가 110개였다. 압둘 라만 알 베이커 바레인 중앙은행 이사는 "바레인 금융 수익은 사우디·쿠웨이트·카타르 등의 유전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에서 주로 나오는데, 대형 외국계 은행을 유치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비비안 자말 바레인경제개발위원회(EDB) 대외담당 전무는 "외국인들이 바레인에서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나마 최대 시장인 '수크 마나마' 일대엔 힌두교 사원인 '아시람', 유대교 사원 '시나고그', 가톨릭 교회가 공존한다. 2015년 경제 자유도 순위(미국 헤리티지재단 조사)에서도 바레인은 한국(29위), 일본(20위)보다 높은 18위를 차지했다. 바레인이 개방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에는 안보 문제도 걸려 있다. 사우디·이란·카타르 등 중동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병력이 1만1000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외국군의 지원은 바레인 생존에 필수적이다. 현재 바레인에는 중동 지역을 담당하는 미 해군 5함대 사령부가 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