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여론조사 제안, 국회 스스로 존립근거 부정하는 격" 비판

입력 2015.02.13 11:16 | 수정 2015.02.13 13:47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실망스러운 발상" 지적
새누리당, "국무총리마저 여론조사? 포퓰리즘의 극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3일 이완구 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와 관련해 여야 공동 여론 조사를 제안한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식이라면 국회의 존립 근거를 스스로 부정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약 우리 주장(사퇴)을 야당의 정치공세로 여긴다면 중립적이고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기관에 여야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의뢰하기를 청와대와 여당에 제안한다”며 “우리당은 그 결과에 승복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이날 제안은 비록 지난 12일 의원총회 때 언급되긴 했지만, 지도부에서 사전 검토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대표의 제안 후에 최고위원들 논의가 있었다”며 “문 대표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의 뜻을 따르자는 취지에서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운데)가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운데)가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문 대표의 제안처럼 주요한 정치적 쟁점 사안이 있을 때마다 국회가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한다면 국회의원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정치학자인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문 대표의 여론조사 제안과 관련, “한마디로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와 더 나아가 국회의원인 자기 스스로를 부정한 것”이라며 “엄청나게 잘못된 발상이다. 정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렇다면 국회를 아예 해산시키고 국가 여론조사처를 만들어서 모든 사안에 대해 여론조사를 하자는 거냐. 정당이 왜 필요하냐”라며 “여론조사를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여론조사를 갖고 결정하겠다는 것은 포퓰리즘이다. 문 대표는 자기 소신도 없다는 거냐”라고 했다.

이 뿐 아니라, 여론조사의 공신력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한 중진 의원은 “문 대표의 제안이 다소 논리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총리 인준 여부를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한다면 앞으로도 국회에서 비슷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여론조사를 하게 될텐데 국회에서 여야가 국가 정책에 대해 조정과 대화를 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작년에도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추진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당내 반발을 일으키자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실시해 당의 방침을 정한 적이 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는 친노 진영을 중심으로 한 구 민주당 의원들의 뜻대로 정당공천 폐지 불가로 결과가 나왔고 안 전 대표는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했었다.

당내에서는 문 대표가 작년 정당공천 폐지 논란 당시의 여론조사를 떠올리면서 이번 제안을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당시에는 당의 방침에 관한 문제였고 이번에는 총리 인준이라는 국가 중대사에 관한 문제라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야당 대표가 하루만에 말씀을 바꾼 점에 대해 유감”이라며 문 대표의 제안을 거부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정책위의장단 연석회의에서 “문 대표는 어제까지 원내대표간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분명히 말했고, 그래서 서로 양보하고 국회의장 중재 하에 어려운 합의를 도출한게 몇시간 되지 않는다”며 “저희는 16일 본회의에서 (인준안) 처리가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군현 사무총장도 이 자리에서 "여론 재판을 하자는 것인가"라며 "당 대표라는 사람이 지금에 와서 여론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도 "국회 청문회가 그럼 왜 필요하느냐"며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무총리마저 여론조사로 뽑자는 것은 포퓰리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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