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것과 튀는 것은 다릅니다. 자기소개를 할 때 '저는 인절미입니다. 인내와 절제의 미덕을 갖췄습니다'라고 답변하는 사람보다 평소에 생각을 많이 했고, 말에 그 생각이 담겨 있는 인재를 삼성은 선호합니다."

삼성그룹 인사(人事) 분야의 첫 여성 임원인 이영순(48·사진) 삼성전자 상무는 10일 서울 삼성생명 본사에서 열린 '여기(女氣) 모여라' 행사에서 "면접에 들어가면 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의미 없는 이야기들은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말했다.

'여기 모여라'는 삼성그룹 여성 임원들이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친구인 여성 팬들을 만나 직장 생활 경험담 등을 공유하는 자리다. 그는 이 자리에서 "면접을 볼 때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은데, 그 사람이 면접장에 오지 않는다. 면접 스터디 그룹에서 만들어낸 사람이 온다"며 "면접장에 '가공의 나'를 들여보내고 그 뒤에 숨지 말라"고 조언했다.

200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줄곧 인사 업무를 맡아온 그는 난임(難妊)휴직제, 원격 근무제 같은 여성을 위한 제도 마련에 힘쓰고 있다. 이 상무는 여성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에게 "지금 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다양성"이라며 "여성은 태생적으로 다양성에 대한 인식과 감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을 잘 활용한다면 취업 전선에서는 물론 직장 생활에서 성공하는 데도 도움 된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인문학(서울대 영문학과 학사·석사)을 전공한 그는 작은 회사에 다니다 결혼과 함께 그만뒀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은 뒤 37세에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로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그는 "남들보다 출발이 늦었기 때문에 또래의 잘나가는 친구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좌절감도 적지 않았다"며 "이런 갈등을 극복했더니 이미 애들도 어느 정도 키웠기 때문에 오히려 더 집중해서 일할 수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