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70년이 지나도 가시지 않는 악몽… 정부, 위안부 할머니 '외상 後 스트레스' 첫 조사

조선일보
입력 2015.02.11 03:00

맞춤형 지원 위해 심층연구

정부가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10일 "더 늦기 전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피해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것"이라며 "올해 연구진을 꾸리고 대상자를 선정해 3년 정도에 걸쳐 장기적으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간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조사를 한 적은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직접 조사와 연구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나타나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 정리 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충격적인 사고를 경험한 뒤 반복적으로 사고를 떠올리거나 꿈을 꾸며 심한 고통을 겪는 것으로 만성적인 우울이나 불안 증상 및 인지 장애를 보일 수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동식 연구위원은 "할머니들을 만나보면 70년이 지났는데도 눈에 보이지 않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계속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부분이 신체 질병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았다"며 "이제 몇 분 남지 않은 할머니들에게 맞춤형 지원을 하기 위해서라도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와 진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심각성이 연구 결과로 밝혀지면 일본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증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전시(戰時) 성폭력 피해의 심각성을 알리는 실증적 사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정부가 실시한 위안부 할머니들 심리 조사에서는 71.8%가 "과거 위안부 사건으로 스트레스와 심리적 고통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또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건강 상태 조사의 한 항목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조사를 했을 때 관련 항목 응답자 12명 모두에게서 관련 증상이 나타났다. 당시 기억을 떠올리면 발한이나 호흡이 가빠지는 등 신체적 반응이 일어나고, 사건에 대해 아예 회피하려는 경향 등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심리 조사는 당일 설문 형식으로 간단히 조사했기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얼마나 심각한지, 어떻게 할머니들의 삶에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가 없었다"며 "이번에는 의료진, 위안부 전문가, 심리 전문가 등이 피해 할머니들을 장기적으로 지켜보면서 심층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할머니마다 전담 의료진을 배정해 이들이 수년간 할머니를 자주 찾아가 친근한 말벗이 되어주면서 대화를 이끌어내는 방식 등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총 238명이며, 이 중 생존자는 53명(국내 48명, 해외 5명)이다. 할머니들의 평균 연령은 88.3세로 대부분 고령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조사는 본인이 진술을 원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조사 대상은 15~20명 정도가 될 것으로 여성가족부는 예상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이와 함께 위안부 관련 기록물을 올해 하반기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상반기에는 다른 위안부 피해 국가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공동 등재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올 5월에는 관련 국제 학술 심포지엄도 개최한다. 오는 12월에는 정부 위안부 백서도 발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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