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혹 해소 안 되고 논란만 더 키운 李 총리 후보 청문회

조선일보
입력 2015.02.11 03:00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0일 열렸다. 이 정부 들어 총리 후보자 4명 가운데 3명이 인사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선(秘線) 실세의 국정 농단 의혹 수습이 뜻대로 되지 않고 연말정산 파동이 겹치면서 지지도가 급락하자 '이완구 카드'를 꺼내 들어 2년 만에 총리 청문회가 열렸다.

이 후보자는 지명 당시만 해도 현역 국회의원인 데다 여당 원내대표로서 야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와 인사청문회 걱정을 덜 수 있으리라고 평가됐다. 실제 지금까지 국회의원 겸직 각료 후보는 모두 청문회를 무사 통과했다. 이 후보자 자신도 중학교 때 찍은 X레이 사진, 13년 전 장인의 병원 입원 기록까지 보관하고 있다가 공개하면서 제기되는 의혹마다 서둘러 해명해 '준비된 총리 후보'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이날 과거의 다른 흠 많은 후보들 못지않게 다양한 의혹에 시달리며 시종 쩔쩔맸다. 언론사에 대한 압력 행사, 병역 기피, 분당 땅과 고급 아파트 투기, 시간당 1000만원 '황제 강의', 경기대 교수 특혜 채용, 차남의 세금·건보료 탈루 등 야당이 내놓은 의혹들은 '종합 선물 세트' 수준이었다. 야당은 이날 이 후보자의 언론 외압 내용이 담긴 녹취록과 관련해 이 후보자가 "(김영란법을) 통과시켜서 (기자) 여러분들도 한 번 보지도 못한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 가 '시골에 있는 친척이 밥 먹었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합니까' 항변을 해봐. 당해봐. 지금까지 내가 (김영란법을) 막아줬는데 이제 안 막아줘"라고 언론인들을 겁박하는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대학 만든 친구들도 있으니까 (언론인들을)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주고…" 하는 발언도 담겨 있다. 이런 언론을 모욕·희롱하는 악성(惡性) 발언은 이 후보자가 애초 막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자 야당이 녹취록을 추가 공개해 드러났다. 이 후보자는 "부주의로 국민 여러분과 언론사에 심려를 드려 대오각성하고 있다"고 몸을 낮췄지만 야당의 공세를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 후보자는 또 병역 문제에 대해 1971년 서울에서 받았던 최초 신체검사를 홍성에서 받았다고 밝혀 위증(僞證) 지적을 받자 "40년 전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피해 나가려 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은 야당도 결정적 증거를 내놓지 못했지만 이 후보자 역시 잦은 주소 변경, 분양권 전매로 수억원을 이득 본 것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청문회 광경을 지켜본 국민으로선 이 후보자가 총리감으로 최적(最適)은 못 될지라도 과연 '최저(最低) 기준선'이라도 통과할 수 있는 인선(人選)이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흠이 적은 공직자를 찾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다시 한 번 좌절한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 후보자 지명 뒤에도 대통령 지지도가 더 떨어진 것을 보면 총리 교체를 통해 국정 추진의 동력(動力)을 회복하려 했던 애초 의도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하다.

야당은 청문회 이전부터 이 후보자에게 '거취를 스스로 결정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여당 청문위원들은 이날 "이 후보자는 제가 평소 닮고 싶은 정치 지도자" "이 후보자가 단 한 건의 부정 비리를 저지르는 걸 보지 못했다"며 듣기에 민망할 정도로 이 후보자를 적극 감쌌다. 여권으로선 지난해 총리 후보자가 두 명이나 낙마한 마당에 이 후보자까지 사퇴하면 더 큰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자가 국회 임명 동의 표결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결과에 상관없이 이번 총리 인사도 이 나라 지도층의 도덕성, 대통령의 사람 보는 안목(眼目), 인사청문 제도의 후진성 같은 해묵은 숙제를 또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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