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 직후 정황 묘사한 러시아 신문 발견

조선일보
  • 김성현 기자
    입력 2015.02.04 21:30 | 수정 2015.02.05 00:59

    "러 장군, 네발로 기어 도망가"

    안중근 의사 사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를 수행하던 인물들은 깜짝 놀라서 멀지 않은 곳으로 피했다. 러시아와 일본의 수행원들은 정신이 나가 도망쳤으며, 어느 러시아 장군은 네 발로 기어가면서 겁먹은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안중근(安重根·1879~1910·사진)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驛)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의거(義擧) 직후의 정황을 묘사한 러시아 신문이 발견됐다. 이태진 한국역사연구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보도한 1911년 10월 24일자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신문 기사를 러시아 기사 아카이브에서 찾았다"고 4일 밝혔다. 안중근 의사는 하얼빈역에서 이토와 수행원 3명을 권총으로 저격하고 "코레아 우라(한국 만세)"를 외친 뒤, 러시아 헌병에게 체포됐다. 이 기사는 저격 직후의 정황을 상세하게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당시 블라디미르 코콥초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안 의사의 의거 직후 "눈앞에서 일어난 사고에 당황하지 않고 쓰러진 이토 공작(公爵)을 부축했으며 공작은 그의 품에 쓰러졌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코콥초프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와 회담을 갖기로 했던 당사자다.

    이 신문은 "이토 히로부미를 맞이하는 환영식을 필름에 담기 위해 하얼빈역에 갔던 러시아 촬영 기사가 카메라를 작동시킨 덕분에 총격 순간도 촬영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종현(서울대 노어노문학과 박사과정)씨가 번역한 러시아 연해주국립박물관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이 영상은 '하얼빈 최초의 영화 촬영'이기도 했다.

    당시 이 영상의 판권을 소유한 러시아 상영업자는 하얼빈 영화관에서 이 필름을 상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이 상영 금지 처분을 내렸다는 사실도 이 기사를 통해 확인됐다. 이 때문에 러시아 상영업자는 프랑스 기업가에게 당시 1만5000프랑에 영상을 판매했다. 이 신문은 "이후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이 필름을 상영했다"고 전했다. 현재 필름은 미국이나 프랑스 등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2009년 영상 일부가 KBS TV '역사 스페셜'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