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사별한 한 70대 여성 A씨에게 다섯 살 연하의 신중년 남성이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

'빛깔 또한 총각의 입술을 볼에 갖다댄 처녀의 얼굴마냥, 수줍은 듯 발그레한 모습이 영락없는 누님의 모습이더이다.'

5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실버 모델로 활동하는 A(75)씨는 스마트폰으로 얼마 전 다섯 살 '연하남'에게 받은 문자 메시지를 보여주며 수줍게 웃었다. "이분이 나를 보면 시(詩)가 나온다는 거예요. 얼마 전엔 나를 꽃에 비유해 시를 한 편 지어서 보냈더라고요. 고맙고 행복한데 송구스럽기도 하고…". A씨는 "나보다 젊은 여자 만나야지"라며 연하남의 고백을 완곡하게 거절했다고 했지만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60대 이상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2012년 35.9%에서 지난해 78.3%로 오르면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해 사랑을 키워가는 신(新)중년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조사한 '2014년 모바일 인터넷 이용 실태'에 따르면 신중년 10명 중 8.5명(85.4%)이 카카오톡(카톡)·라인 같은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소통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년보다 약 1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A씨는 "카톡을 모르는 사람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아 매력이 없다"고 말했다.

신중년들도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얻기 위해 종일 휴대폰으로 '전쟁'을 벌인다. 하루에 수십 개씩 실시간 메시지를 보내 연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고, 메시지 옆에 숫자 '1'(읽지 않았다는 표시)이 사라졌는데도 상대방의 답장이 없으면 초조해한다.

서울 종로의 한 '콜라텍'(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춤을 추는 곳)에서 만난 여성과 두 달째 연애 중인 68세 사업가 B씨는 온종일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했다. B씨는 "그 친구(만나는 여성)가 경기도에 살아서 자주 못 보니까 주로 카톡으로 안부를 묻는다"고 했다. 그는 싸우고 화해를 할 때도 카톡을 이용한다면서 휴대폰을 보여줬다. '자기하고 있으면 마냥 행복했어요. 피곤하실 텐데 푹 쉬세요. ㅅㄹㅎㅇ(사랑해요) 아주 많이!' 메시지 끝에는 키스를 의미하는 입술 모양 이모티콘 두 개와 하트 세 개도 붙어 있었다. B씨는 "직접 하기에는 쑥스러운 말도 카톡으로 하면 덜 부끄럽다"고 했다.

신중년만의 카톡 금기사항도 있다. '단체방 개설 금지'다. 실버 모델 A씨는 "단체방을 열면 쉽고 편하겠지만 사람이 여러 명 뜨면 왠지 성의가 없는 것처럼 느껴져 단체방 활용은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나친 간섭'도 금물이다. 남편과 사별한 70대 여성 C모씨는 "몇 번 만난 남성이 카톡으로 '뭐 하느냐' '뭐 했느냐' 지나치게 닦달해서 관계를 끊은 적이 있다. 이 나이에 남편도 아닌 사람에게 구속당하는 느낌이 참 거북하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