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청문회장에 난입한 반전(反戰) 시위대가 헨리 키신저(91) 전 국무장관을 체포하라고 외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자리에 있던 미국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이 시위대를 향해 '인간 쓰레기들(low-life scum)'이라고 비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AP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각) 반전단체 '코드 핑크' 소속의 시위대 7~8명은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키신저 전 장관을 향해 "키신저를 전범(戰犯) 혐의로 체포하라"고 고함쳤다. 그들은 증인석으로 접근해 '키신저는 전범'이라고 적힌 플랜카드와 수갑을 흔들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키신저 전 장관이 과거 베트남 전쟁과 캄보디아 폭격 등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청문회장이 어수선해지자 매케인 위원장은 연단에서 "입을 닫지 않으면 당신들을 체포하도록 하겠다"며 국회 경찰에게 이들을 내보내도록 요구했다. 경찰이 이들을 청문회장에서 데리고 나가자 매케인 위원장은 "내가 이 상임위에 오랫동안 있었지만 이렇게 수치스럽고 비열한 시위는 처음"이라며 "당장 나가라, 이 인간 쓰레기들"이라고 소리쳤다. 국회 경찰은 이들을 내쫓았지만 구속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문회 후 '인간 쓰레기' 발언이 논란이 되자 매케인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시위대들이 91세의 키신저 전 장관에게 물리적인 위협을 행사했고, 키신저 전 장관의 얼굴 부근에서 수갑을 흔들기까지 했다"며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미국의 외교·군사 정책과 관련해 증언한 키신저 전 장관은 국제 문제에서 미국의 개입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중동 및 우크라이나에서 과도한 군사개입은 자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