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121] 로봇 간의 전쟁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5.01.29 03:00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미국 록히드 마틴사의 F-22 전투기, 독일 크라우스 마파이사의 레오파드 2 탱크, 러시아 슈코이사의 T-50 PAK FA 전투기. 레이더에 잡히지 않고, 엄청난 속도·가속도를 자랑하는 무시무시한 전투기들과 뛰어난 생존력·전투력을 갖춘 탱크들. 모두 이 세상 최고를 자랑하는 최첨단 무기들이다. 그리고 이들에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어쩌면 인류 역사상 마지막으로 인간이 탑승한 전투기와 탱크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19세기 프로이센 장군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또 다른 방법을 이용한 외교의 지속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외교란 나라와 나라 간 관계, 국민과 국민 간 관계를 말한다. 원시시대 부족 간 전쟁, 알렉산더 대왕의 페르시아 원정, 삼국지의 위·촉·오 나라 간 전쟁, 십자군전쟁, 제1차대전, 2차대전, 이라크 전투…. 수만년 동안 사람·부족·나라 간 전투와 전쟁에는 변하지 않는 공통 요소가 하나 있었다. 바로 전쟁은 인간의 몫이라는 사실이다. '모든 발명의 어머니는 전쟁이다'라는 속담과 마찬가지로 영국 정치학자 이언 모리스(Ian Morris)는 역사의 대부분 발명품뿐 아니라 경제·정치·사회적 혁신 역시 전쟁을 통해 이뤄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쟁을 통해 부가 늘어나고, 개혁이 가능해지고, 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은 여전히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다. 만약 전쟁에서 인간이 빠질 수 있다면 어떨까? 무인 전투기, 무인 탱크, 무인 잠수함. 21세기는 무인 무기 체제의 시대가 될 것이다. 발달하는 인공지능 기술 덕분에 머지않은 미래에 아군 인공지능 전투기들은 독립적인 지능을 가진 적군 전투기와 공중전을 벌일 것이고, 무인 탱크들이 서로 상대방 영토를 점령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로봇들이 다 부수고 황폐한 나라를 점령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결국 무인 로봇 간 전쟁은 사막 한가운데서, 아니 어쩌면 단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도 판결을 낼 수 있겠다.

    사람이 죽지 않는 로봇 간 전쟁. 이것은 천국일까? 아니면 끝없는 전쟁을 가능하게 할 지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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