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 사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자택을 폭파하겠다고 협박한 피의자 강모(22)씨가 27일 프랑스에서 자진 귀국했다. 경찰은 강씨를 체포해 협박 동기와 경위, 실제 범행 준비나 착수 여부, 범행을 사주한 배후나 공범 존재 가능성, 프랑스로 출국한 이유와 행적 등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강씨는 지난달 13일 프랑스로 출국해 머물러왔다.
강씨는 이날 오후 3시 50분쯤 정의화 국회의장의 보좌관인 아버지(52)와 함께 프랑스 파리발 대한항공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 경기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체포됐다. 경찰은 이미 지난 21일 협박 혐의로 강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지난 25일 파리로 출국한 아버지는 아들을 만나 설득해 함께 귀국했다.
오후 4시 20분쯤 입국장에 들어선 강씨는 모자와 목도리로 얼굴을 가린 채 경찰관 10여명에게 둘러싸여 곧바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아버지 강 보좌관은 5분쯤 뒤 기자회견을 갖고 "심려를 끼쳐 죄송하며, 아들이 성실하게 경찰 조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지난 17·18·19·21·23일 프랑스 파리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자신의 트위터에 '오후 2시에 대통령 자택 폭파 예정' '오후 4시 20분 김기춘 비서실장 자택 폭파 예정' 등 6건의 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5일에는 오전 2시 39분부터 5차례에 걸쳐 청와대 민원실에 전화를 걸어 "오늘 정오까지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청와대를 폭파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17일 네티즌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 포털 사이트 로그인 기록을 추적해 이튿날인 18일 강씨 신원을 파악했다. 아버지 강 보좌관은 19일 경찰을 통해 아들이 용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25일 사표를 제출한 뒤 프랑스로 출국했다. 아버지 강씨는 작년 6월부터 정의화 국회의장 보좌관(4급)을 지냈다.
경찰은 일단 강씨가 실제로 폭파 범행을 저지르려 했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협박 전화를 했을 당시 프랑스에 머무르고 있었고, 경찰이 청와대 및 박 대통령과 김 실장 자택을 수색했지만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차례에 걸쳐 협박한 행위가 석연치 않다고 보고 동기를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강씨의 정신병력 사실도 공개되면서 실제 정신질환 정도가 이 사건 처리의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전망이다. 강씨는 2013년 4월부터 작년 11월까지 정신질환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보좌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들이 2년 전 현역으로 자원 입대했으나 적응 장애가 왔으며, 공익근무 요원으로 전환해 작년 10월 말 겨우 군 복무를 마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