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확정 판결] "130명 회합 목적은 폭동… RO, 의심은 들지만 내란음모는 無罪"

입력 2015.01.23 03:00

[大法, 이석기 징역 9년 확정]

내란선동 有罪 - 전쟁시 국가시설 파괴 선동, 실현될 경우 체제 위협
내란음모 無罪 - 國憲 문란 목적 있지만 1회 토론, 준비행위 안해
국보법 위반, 만장일치 유죄 - 이석기 67세까지 출마 못해… 정치적 생명 사실상 끝나

이석기(53) 전 의원 등 7명에 대한 내란음모죄 상고 사건에서 대법원의 결론은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내란음모는 무죄, 내란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은 유죄였다.

사실 형법상 '내란음모' 조항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란음모죄로 기소된 이후 거의 사문화(死文化)되다시피 하다가 대법원에서는 35년 만에 본격적인 판단이 이뤄졌다. 이를 염두에 둔 듯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2심과 달리 '내란(內亂)의 성립 요건'을 자세히 설명했다. 형법 87조의 내란은 '국토를 참절(僭竊·영토 일부를 점거해 주권 행사를 방해함)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것'인데 대법원은 이 전 의원과 김홍열 경기도당 위원장 등이 2013년 5월 10일 및 12일 130명의 참석자와 논의하면서 발언한 목적 자체는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동'에 해당하며 '국헌(國憲) 문란 목적'이 있다고 봤다. 당시 이 전 의원 등은 "전쟁 시 정보통신, 유류, 가스 등 국가 기간시설 파괴가 미 제국주의를 무너뜨리고 자주통일을 실현하는 수단"이라고 발언했는데 그것이 실현될 경우에는 전쟁에 대한 대응 기능이 무력해져 체제 전복에 이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석기 RO사건 쟁점별 대법관 13인의 판단 정리 그래픽
지난해 헌재는 통진당 해산을 결정하면서 당시의 논의를 '전쟁 발발 시 국가 기간시설 파괴 실행을 위한 회합'으로 규정했는데, 실현될 경우의 위협성에 대해서는 얼핏 판단을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이 맥락에서 '선동' 혹은 '음모' 여부를 다시 판단했다. 내란 '선동'은 내란 행위를 실행하도록 충동하는 것인데, 2심과 마찬가지로 "실행 행위의 주요 내용이 선동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될 필요는 없다"고 봤다. 이 전 의원 등의 발언이 참석자들의 행동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태에서 이러한 논의를 한 것은 가까운 장래에 구체적인 내란의 결의를 유발하거나 증대시킬 위험성이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쟁점과 판단 비교표
내란음모 성립 여부는 1·2심의 판단이 엇갈렸던 부분으로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2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우선 이 전 의원 등이 결성했다는 RO(비밀지하혁명조직) 모임에 대해 혁명조직이라고 의심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심과 같이 제보자의 진술만으로는 모임에 참석한 130명이 언제 가입했고, 어떤 활동을 해 왔는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지에 대한 구성원들의 확정적인 의사의 일치, 구체적인 준비 상황, 실질적인 위험성 등이 미약해 형법이 요구하는 '내란음모'의 구성 요건에는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 모임 참석자들이 이 전 의원의 발언에 호응해 국가 기간시설 파괴 등을 논의하기는 했으나 1회적인 토론을 넘어 추가로 논의하거나 구체적인 준비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내란선동과 내란음모 모두 법정형은 징역 3년 이상으로 같지만, '음모'는 '선동'보다 적용되는 범위가 넓은 만큼 단순한 의견 교환까지 '음모'로 볼 경우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점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이석기 RO 사건 일지표
재판부는 이적표현물 소지 등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유죄를 인정하고 '녹취록 등 증거 수집 절차가 위법하다'는 이 전 의원 측의 주장도 모두 기각했다.

이 사건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이 전 의원의 정치 생명은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징역 9년이 가석방이나 사면 없이 모두 집행되면 1962년생인 이 전 의원은 60세가 되는 2022년 만기 출소하게 된다. 게다가 징역형의 집행이 끝나는 날부터 7년 동안 자격이 정지된다. 따라서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제한되어 출소 후에도 67세가 될 때까지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이 때문인지 이 전 의원 측은 "한국의 법치는 헌재에 의해 살해되고 오늘 대법원이 사망진단서를 발부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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