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동네 치킨집 쿠폰 모으다가 착안했다.” 지난 14일 SBS 새 주말극 ‘내 마음 반짝반짝’ 제작발표회에서 조정선 작가가 말했다. 조씨는 “'치맥'(치킨+맥주) 시대다. 예부터 닭은 우리와 친숙한 음식이었다. 힘든 시기, 위안을 주는 시나리오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치킨이 드라마를 삼키고 있다. 영세 치킨집을 운영하는 주인공의 고군분투를 그린 이 드라마뿐 아니라 KBS ‘가족끼리 왜 이래’, MBC ‘전설의 마녀’ 역시 주요 배역을 치킨집 사장에 앉혔다. 치킨이 지상파 3사 주말극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것이다.
①다리 : 누구나 즐기는 대표 서민 음식
작년만 해도 KBS '연애의 발견', MBC '소원을 말해봐', SBS '청담동 스캔들', tvN '갑동이' 등 지상파·케이블 불문, 촬영 장소가 치킨집이거나 주인공이 치킨집 사장인 경우가 허다했다. 한국트렌드연구원 박성희 책임연구원은 "매년 '치맥 페스티벌'이 열리고 치킨 브랜드만 250개가 넘는 상황에서 치킨이 드라마를 꿰찬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1인 1닭'이 보편화되며 국내 치킨 시장 규모도 2003년 3300억원에서 2013년 3조1000억원으로 팽창한 현실이 반영됐다는 것.
워낙 대중적인 메뉴이다 보니 PPL(간접광고)의 뜬금없는 느낌을 최소화한다. 삼화네트웍스 박현지 PD는 "PPL 탓에 연출이 힘들 때가 많다. 가족이 다같이 모여 홍삼즙을 먹는 장면 같은 경우다. 반면 치킨은 어느 장면에 넣어도 위화감이 없다"고 말했다.
②날개 : 드라마 타고 날아오르는 닭
'내 마음 반짝반짝' 첫 회에서 임현식은 말한다. "'치킨게임'이란 말 알지? 둘 중 하나는 끝나는 게임. 치킨 장사가 그래. 한쪽이 벌면 한쪽은 죽어나가게 돼 있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치킨집의 49.2%가 3년 내에 폐업했다. 살아남기 위해 업체들이 PPL에 기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가족끼리 왜 이래'에 PPL을 하고 있는 땅땅치킨 관계자는 "대구를 기반으로 한 회사라 서울·경기권 진출을 위해 드라마 PPL을 택했다.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등에서 브랜드 인지도 상승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치킨이 중국 시장 진출을 기름칠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판은 지난해 중국에 치맥 열풍을 일으킨 '별에서 온 그대'가 마련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PPL 담당 오철현 차장은 "콘텐츠 수출을 위해선 대상국의 호기심을 자극해야 하는데, 최근 중국의 치맥 인기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③목뼈 : 잘못 삼키면 탈 나는 PPL
2012년 KBS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는 메인 스폰서(치킨마루) 노출을 위해 맞춤법까지 파괴해 제목을 ‘차칸남자’로 밀었고 주인공 이름(강마루)마저 업체명에서 따왔다는 의혹에 시달렸다. 2013년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사극임에도 치킨 브랜드를 보유한 축산식품회사 ‘목우촌’ 간판을 저잣거리에 내걸어 비웃음을 샀다. TV평론가 정석희씨는 “드라마에서 치킨을 주문하면 종류별로 한 상 차려지고, 대사로 신메뉴를 홍보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과잉 PPL은 작품성을 망가뜨리고 시청자층 이탈을 부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