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이란의 폭탄 테러 의혹을 수사해오던 아르헨티나 검사가 결정적 증거물을 내놓기로 한 재판을 앞두고 19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르헨티나 언론들은 "알베르토 니스만(52·사진) 검사가 재판 하루 전인 18일 밤 부에노아이레스의 자택에서 신체 여러 곳에 총상을 입고 숨졌다"면서 "그는 최근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야당 정치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니스만 검사가 수사해온 사건은 1994년 85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재 이스라엘 상조회(AMIA) 테러다. 이스라엘과 적대 관계인 이란과 레바논의 무장 단체 헤즈볼라가 용의 선상에 올랐다. 하지만 이란은 혐의를 강력 부인하며, 아르헨티나 검찰이 요구하는 용의자 인도를 거부했다. 이는 아르헨티나와 이란의 외교 분쟁으로 비화했다.
좀처럼 해결되지 않던 이 사건은 2006년 당시 마흔셋의 니스만 검사가 맡으면서 다른 국면을 맞았다. 구체적 범행 행각이 드러난 데 이어, 아르헨티나 정부 관계자 연루 의혹까지 불거진 것이다. 그는 또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이 이란산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이란이 배후로 지목된 'AMIA 테러' 사건을 덮으려고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아르헨티나에는 20세기 전후 유럽에서 박해를 피해 넘어온 유대인이 20여만명에 이를 정도로 많아, 'AMIA 테러'는 국내 정치를 흔들만한 큰 사건이었다. 이에 야권에서 대통령 연루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자,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관련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하지만 니스만 검사가 'AMIA 테러'와 관련한 아르헨티나 정부와 이란 정부 간의 통화 파일을 입수했다고 폭로하면서 문제가 더 커질 조짐을 보였다. 니스만 검사는 19일 오후 재판에서 통화 파일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그가 확보한 통화 파일의 소재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