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더없이 친숙하지만 한국에서 보기 힘들었던 팝스타들이 있다. 전설적 포크 듀오 '사이먼 앤드 가펑클'도 그중 하나다. 1970~80년대 해적판 팝송 음반을 구해 듣거나, 영화 '졸업'의 마지막 장면을 가슴 졸이며 봤던 청춘(靑春)이라면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그 가펑클, 아트 가펑클(74)이 한국에서 공연한다. 다음 달 서울(14일)과 부산(8일), 경주(13일) 등의 전국 순회공연이다. 15년 전 서울에서 열린 평화콘서트에서 스콜피언스 등과 함께 한국을 찾아 노래 두 곡을 부른 적은 있지만, 단독 콘서트는 처음. 그때의 청춘들도 귀밑에 서리가 내릴 나이가 됐지만, 괜찮다. 음악은 늙지 않는 법이니까. 지난 15일 전화로 만난 아트 가펑클의 목소리 역시 맑고 힘찼다. 팝의 전설 중 하나인 이 남자는 조금 수다스러웠다.

‘사이먼 앤드 가펑클’로 활동하던 시절(아래 사진) 아트 가펑클은 큰 키와 잘생긴 외모 덕분에 영화배우로 활동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세월이 흘러도 목소리뿐 아니라 특유의 곱슬머리가 여전하다.

―한국에서 여는 첫 단독 콘서트입니다. 많은 팬이 기다리다 지쳤어요.

"나와 폴(사이먼)처럼, 한국과 미국은 50년간 친구였죠. 오랜 친구를 만날 때처럼 반갑습니다. 한국의 관객들은 열정적이라고 들었어요. 그들을 위한 깜짝 선물이 있어요. 특별 게스트인데, 공연 때까진 비밀입니다. 나의 팬이라면 누군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폴 사이먼 없이 혼자 오는데 누가 그 자리를 대신하나요.

"10년 전부터 타브 레이븐이라는 기타리스트와 함께 공연합니다. 그는 끝내주는 실력을 갖춘 뮤지션이죠. 나와 사이먼처럼 영혼으로 묶인 사이는 아니지만, 타브의 연주는 듣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어요. 내가 못하는 사람과 공연할 사람으로 보이나요(웃음)."

―'The sound of silence'나 'The boxer' 같은 명곡도 들을 수 있는 건가요.

"물론, 사람들이 아는 노래 대부분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내 솔로 곡도 멋진 게 많아요."

―맑은 미성(美聲)으로 유명한데, 타고난 건가요.

"글쎄요. 내 목소리가 특별한지 모르겠어요. 중요한 건 그루브(흥겨움)죠. 그루브가 있어야 음악이 섹시해져요. 'Bridge over troubled water'도 발라드 같지만 마지막에 스윙 리듬이 있어요. 그게 그 노래를 걸작으로 만든 거죠(웃음)."

아트 가펑클과 폴 사이먼은 어릴 때부터 한동네에서 자란 죽마고우다. 고등학교 때부터 듀오로 활동하던 이들은 최고의 성공작 '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낸 뒤 결정적으로 사이가 틀어지면서 1971년 결국 해체했다.

―왜 성공의 절정에서 헤어졌나요.

"폴은 일 중독자여서 날 미치게 했어요. 폴이 노래를 만든다고 작업실에 틀어박히면 나는 할 일이 없었죠. 그래서 영화에 출연했는데, 폴이 싫어했어요. 그걸로 다투면서 결국 결별했죠. 나와 폴은 어릴 때부터 자주 다퉜어요. 고등학교 때 폴이 내 비밀을 폭로해서 한동안 보지 않은 적도 있죠. 나와 그는 '톰과 제리' 같아요(이들은 '톰과 제리'라는 이름으로 데뷔했다)."

―폴과 사적으론 자주 만납니까.

"가끔 함께 공연할 일 있을 때만 봐요. 나는 뉴욕에 살고 폴은 코네티컷주(州)에 사는데, 전화번호도 몰라요. 당신이 우리 둘을 불러 저녁을 사면서 만나게 해주세요(웃음)."

폴 사이먼의 시(詩)적인 멜로디와 가사가 비로소 음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트 가펑클의 목소리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는 10년 전 성대결절(성대에 세포 덩어리가 자라 정상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질환)로 위기를 겪었다. "(성대결절은) 정말 비극이었죠. 치료를 해도 이상한 목소리가 나오니 눈물이 났어요. 관객 없는 무대에서 노래하면서 내 목소리를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한번 들어보세요." 그가 수화기 너머로 'Kathy's song'이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노래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가요.

"맞아요. 아름다운 사랑 노래죠. 돈을 벌기 위해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던 시절이 기억나요. 그때 우리와 함께 다니던 캐시(Kathy)란 친구가 모자에 돈을 걷었어요. 그녀는 참 아름다웠죠."

그의 노래를 들게 될 관객들도 각자의 '캐시'를 떠올리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공연 문의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