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뜨는 대입 스펙? 소논문 쓰는 고교생 는다는데…

    입력 : 2015.01.15 03:00

    학생이 연구하고 논문 쓰는 'R&E 활동'
    학생부종합전형의 변별 요소로 부각
    논문내용, 자기소개서·학생부에 유용
    高價 컨설팅 업체도 생겨 부작용 우려

    #다음 달 졸업을 앞둔 서울의 모 고등학교 3학년 A군은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렵다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명문대 여러 곳에 합격했다. 그의 비밀병기는 바로 고등학교 재학 당시 작성한 '식물전류를 통한 환경자극의 감지'라는 주제의 논문이었다. 그는 평소에 관심이 있는 전기 분야에 관한 실험을 1·2학년부터 치열하게 하고 3학년때는 틈틈이 논문으로 완성했다. 전공적합성을 인정받아 지원한 대학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요즘 입시에서 교외 수상 실적 등 외부 활동을 반영할 수 없게 되자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는 교내활동으로 '남다른 점'을 어필할 수 있는 R&E가 부각되고 있다. R&E(Research and Education)란, 조사 연구를 통해 공부한다는 뜻으로 한가지 주제에 대해 조사와 연구를 한 후 이에 대한 보고서나 논문을 쓰는 활동이다. 경우에 따라, 학생들이 대학·연구소 등 외부 연구 기관과 협력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을 염두에 둔 수험생 위주로 내신 등급이 비슷한 경쟁자들과 차별화된 자신만이 무기로, R&E를 주목하고 있다. R&E는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시작으로 과학고와 외고 등 특목고에서 확산했으며, 최근에는 일반고까지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교내 소논문 대회'를 열거나 정규 교과과정에 반영한 고등학교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요즘 알엔드이를 장려하는 학교가 많아졌다. 일반고 배재고에서는 챌린지 교내 소논문 대회를 매년 주최한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 모습.
    요즘 R&E를 장려하는 학교가 많아졌다. 일반고 배재고에서는 챌린지 교내 소논문 대회를 매년 주최한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 모습./배재고 제공

    대세가 된 R&E

    R&E가 확산하는 데에는 그것이 학생부종합전형의 변별요소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R&E는 간단히 말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주제를 잡아서 자기주도적으로 연구하는 것인데, 이것이 특정한 분야의 잠재력을 갖고 노력하는 인재를 뽑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와 부합한다.

    과학고·영재고 등에서 R&E 멘토로 활동했던 교육전문가 변문경('이공계 특성화 전략, R&E' 저자)씨는 "R&E는 수동적으로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관심 있는 주제를 스스로 정하고 연구하면서 답을 찾아나가는 자기주도적 학습법"이라고 설명했다. "학생 스스로 목표를 설계하고 필요한 배경지식을 자기주도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관련분야의 전공지식을 쌓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지요. 그 과정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하거나 어려움을 견뎌내면서 문제해결력도 기를 수 있어요. 전공과 관련된 지적호기심을 갖고 꾸준히 연구를 한 학생이 단순히 수능이나 내신 공부만 한 학생들보다 입학사정관들에게 전공적합성을 보여줄 수 있지요."

    아무리 소논문일지라도 논문 한 편을 완성하기까지는 적게는 6개월, 많게는 수년이 걸린다. 시간을 단축하고자 3~4명이 팀을 이뤄 공동의 R&E 활동을 하기도 한다. 서울의 모 사립대 입학사정관은 "요즘 들어 R&E 과제 연구를 한 수험생들이 자주 볼 수 있다"며 "진로적합성과 진로와 관련된 자질함양을 입증하는데 R&E가 긍정적인 역할을 일정부분 하기 때문에 유심히 살펴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과학고에서 한 학생이 알엔드이 활동으로 실험을 하고 있다.
    과학고에서 한 학생이 R&E 활동으로 실험을 하고 있다./변문경씨 제공

    논문 컨설팅 등 사교육 부작용도 있어

    논문을 아무런 경험이 없는 학생들이 혼자서 쓰기에는 벅차다. 혼자서 방법이나 과정을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식물세포 관련 R&E 활동을 하는 고 2 김모양은 "학교에서 소논문 대회를 여는 것도 좋지만 이보다 학교에서 먼저 논문 교육을 제대로 해주면 좋겠다"며 "부모님의 지인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R&E 활동을 담당하는 지도교사를 따로 두지 않고 해당 과목 선생님에게 업무를 전가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2011년부터 챌린지 교내 소논문 대회를 여는 배재고의 임헌태 창의인재부장은 "교사들의 부담을 덜고, 전문성을 높이고자 앞으로 학부모와 동문의 도움을 받아 재학생들의 R&E를 응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빈틈을 비집고 R&E를 도와주는 사교육업체도 속속 생기고 있다. 강남구, 송파구 등 교육열이 높은 지역 위주로 논문 컨설팅 업체들이 생겨난 것. 학생이 소논문 한편을 완성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업체가 받는 돈은 적게는 몇 십만원에서 많게는 몇 백만원에 이른다. 업체관계자는 "고교생뿐만 아니라 특목고 입시 준비를 하는 중학생도 찾아온다"며 "R&E는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논문내용은 자기소개서나 추천서에도 담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입시 관계자들은 과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는다. 최승해 스카이에듀 공교육사업부 소장은 "내용과 과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논문 한 편을 쓰자는 욕심으로 접근했다가는 결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며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야 면접관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숙 건국대 입학전형 교수도 "입학사정관들은 결코 학생들이 제출한 R&E를 제출했다거나 그것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에 따라 학생을 평가하지 않는다"며 "R&E를 통해 그 학생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연구 과정에서 무엇을 느꼈는지에 초점을 둔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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