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근로자가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산재(産災)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콜센터 상담원 등 감정 노동자가 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을 만들겠다고 13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혔다. 산재보험 대상 확대에 필요한 재원(財源) 문제나 해외 사례를 검토한 뒤 내년 상반기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근로자의 출퇴근 사고에 대해서는 선진국들은 물론 일부 아시아 국가들도 산재로 인정해주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수십 년 전 출퇴근 재해를 일반 산재와 똑같이 취급하도록 하는 협약을 채택했다. 그러나 우리는 근로자들이 사업주가 제공한 통근버스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산재 보상을 하고 있다. 더욱이 출퇴근 사고를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는 공무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면서 노동계의 불만이 컸다.
산재보험이 출퇴근 사고로 확대되면 기업 부담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고용부는 8000억원가량의 추가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렇다고 해서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정책을 언제까지나 고수하면서 근로자들의 희생을 요구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기업에 한꺼번에 과도한 짐을 지우지 않는 선에서 근로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2008~2013년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8명으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터키(15명), 멕시코(10명)에 이어 3위다. 매년 9만명 넘는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입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산재 판정 요건은 까다롭기 그지없다. 이래서는 근로자들이 안심하고 일터에 나가려는 의욕이 위축되고 말 것이다. 근로자가 사고를 당하면 확실하게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기업 현장의 생산성도 올라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