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우리 대학은 각 단과대 학장 주관 아래 '교내(校內) 당일(當日)'을 기본 원칙으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하되, 그게 어려우면 안성캠퍼스에서 1박2일간 진행할 계획입니다."

얼마 전 중앙대 온라인 게시판에 교학부총장 이름으로 공지가 올랐다. 경기·강원 지역 숙소 섭외부터 2박3일간의 프로그램까지 학생들이 꾸려왔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학교 주도로 교내에서, 하루 만에 끝내자는 제안이었다. 대학 측은 '2014년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로 10명이 숨지고 4월 세월호 침몰로 수학여행 가던 단원고생 등 304명이 사망·실종한 것을 계기로 관행적으로 해오던 행사를 전면 재검토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 공지가 뜬 이후 '우리가 중고생도 아닌데, 자율권 침해다' VS '안전 없는 자율이 무슨 소용이냐'는 논쟁이 재학생 온라인 토론방을 달궜다. 한 학생은 "교외로 나가 동기끼리 공연도 준비하고 학과 구호도 외치며 친목을 다지는 게 신입생 환영회의 오랜 전통인데 대학이 일방적으로 신입생의 재미와 설렘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학생 자치 따지다가 사고 나면 어쩔 거냐" "교정 밖으로 나가면 해방감에 꼭 사고가 생긴다. 사고를 그렇게 보고도 모르겠느냐"는 반박 댓글이 달렸다. 논란이 일자 학생처와 총학생회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시작했다.

유난히 참사가 많았던 2014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은 대학가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논쟁으로 시끄럽다. 서울대·연세대·중앙대·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이 안전을 이유로 '교내에서 당일' '교수·교직원 동행'이라는 지침을 내리며 학생 주도의 교외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신입생 관련 행사는 해마다 크고 작은 사고가 있기도 했지만 작년 잇따른 참사를 보며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에서도 '학생회 주관 오리엔테이션을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매년 2박 3일 일정으로 외부에서 해왔던 신입생 환영회를 올해부터 교내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오는 13일 열리는 신입생 환영회는 이에 따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교내에서만 진행하기로 했다. 대학 측은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이후 학생들이 참가하는 교외 행사는 학부모와 학생에게 문자를 보내 참가 동의를 구해왔지만 불안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학생회 주관으로 떠나던 단과대별 신입생 환영회에 교수가 동행하기로 학생들과 합의했다. 학교 쪽은 지난해부터 '학장과 학과장이 함께 가는 게 좋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자율성 침해'라는 학생들의 반발로 논쟁이 있었다. 2014년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이었던 최휘진(24)씨는 "잇따른 참사를 보면서 교수님들이 함께 가면 위험도 줄어들 것 같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했다.

학생들의 반발로 교내 오리엔테이션 도입에 실패한 곳도 있다. 인천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연세대 신입생 환영회는 학생회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연세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학생들이 수년간 진행해 온 신입생 환영회를 축소하라고 하는 것은 근본적 안전 예방책이 아니다"며 반대했다.

졸업생인 최모(31·회사원)씨는 "졸업 6년이 지나도 동기들끼리 모이면 아직도 강원도로 떠났던 오리엔테이션 얘기를 한다"며 "신입생 환영회는 평생 추억인데 대학마다 '교내 당일'로 한다면 대학 시절 추억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