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들어진 고려 漢詩, 나도 한 수 읊어볼까

입력 2015.01.10 03:00

고려 한시 삼백수 책 사진

고려 한시 삼백수

김인환 역해(譯解)|문학과지성사
336쪽|1만8000원

'爲愛新晴寄草亭(위애신청기초정·청명한 날씨를 좋아하여 초가 정자에 들르니)/ 杏花初結柳條靑(행화초결류조청·살구꽃이 새로 영글고 버들가지가 푸르네)/ 詩成政在無心處(시성정재무심처·시가 이루어지는 것은 바로 무심한 곳에 있는데)/ 枉向塵編苦乞靈(왕향진편고걸령·그릇되게 먼지 낀 책에 애써 영감을 구걸했구나).' 고려 말 이숭인(1349~1392)의 한시(漢詩)다. 김인환 고려대 명예교수가 우리말로 옮겼다. 시의 뜻풀이를 한 줄에 담았다. '시의 바탕은 고심(苦心)이 아니라 무심(無心)이다.' 예나 지금이나 시의 원리는 변함이 없다.

김인환 교수는 국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해왔다. 전공은 현대문학이고 서양 인문학에도 해박하다. 한문 실력도 출중해 '주역'을 새롭게 우리말로 옮기기도 했다. 이번엔 고려 한시 300수를 꼽아 번역하고 해설을 붙였다. 정지상에서 정몽주에 이르기까지 97명의 한시를 골라 예술적 완성도와 역사적 가치를 따졌다.

그는 "한문과 국문의 글자 하나하나가 어떻게 대응되는지 분명하게 해명했다"고 번역 원칙을 밝혔다. 이규보가 남긴 시구 중 '故國荒凉忍可思(고국황량인가사·몽골군에 짓밟힌 옛 서울 황량하여 차마 생각할 수 있으랴)'에서 '故'는 관형사 '옛'으로 옮겼다. 그러나 뒤이어 나온 '不如忘却故憨癡(불여망각고감치·잊고 짐짓 미련하고 어리석게 사는 것만 못하지만)'에선 '故'가 부사어 '짐짓'으로 번역됐음을 일러줬다.

조선시대 한시가 성리학 이념에 사로잡혀 주제가 단순한 것과는 달리, 고려 한시는 주제가 다양하고 탐미주의가 더 두드러진다고 한다. 고려 한시의 정수(精髓)를 음미하면서 한문 번역도 익힐 수 있게 꾸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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