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500명에게 물었다… 世代공감, 새해의 꿈] "새해에는 더 安全한 나라, 甲질 없는 사회 됐으면"

조선일보
  • 이기문 기자
  • 김승재 기자
  • 이철원
    입력 2015.01.05 03:00

    [3] 사회·국가에 대한 소망

    - 원칙 지키는 '안전 국가'
    내 이웃들이 허망한 참사로 통곡하는 일 더이상 없어야

    - 약자와 더불어 사는 사회
    인간 기본 권리 존중하면서 주변의 어려운 점 살폈으면

    황모(28)씨는 지난해 한 은행 최종 합격자 발표를 며칠 앞둔 어느 늦은 밤 "내일 아침 7시까지 신체검사 재검을 받아라"는 전화를 받았다. "내일 빠질 수 없는 학교 일정이 있다"고 했지만, 은행 직원은 "그럼 당신 못 뽑아!"라며 끊었다. 지금은 증권사 직원이 된 황씨는 "새해엔 어느 분야건 을(乙)을 울리는 그런 갑(甲)의 횡포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직원 정윤기(43)씨는 "배가 침몰하고, 땅이 꺼지고, 느닷없는 불이 나서 아무 잘못도 실수도 하지 않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내가 실수만 하지 않으면 비명횡사하지 않는다는 것이 보장되는, 안전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2015년 새해 '사회와 국가에 바라는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세대별 100명씩 총 500명의 소망은 '갑(甲)질 없이 더불어 사는 사회'와 '안전한 나라'라는 데 모였다. 승객 440여 명을 버리고 달아난 세월호 이준석 선장, 250여 명이 탄 여객기를 돌려세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같은 이가 없는 사회를 꿈꾼다는 말이었다.

    새해 사회, 국가에 대한 세대별 소망 정리 표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갑질 없이 약자와 더불어 사는 사회'를 꼽은 사람은 전체 500명 중 115명으로,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20대에서는 100명 중 20명(2위), 30대는 24명(1위), 40대는 16명(3위), 50대는 33명(1위), 그리고 60대 이상은 22명(2위)이 새해 소망으로 꼽았다. 교사인 왕미경(51)씨는 "땅콩 회항 사건을 계기로 지금까지 사람들을 함부로 대해왔던 권력자나 재력가들이 역지사지(易地思之)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금융 공기업에서 일하는 정모(34)씨는 "정치권과 법조계 전직 고위층의 잇따른 성추행 추문도 결국은 갑의 횡포"라고 했고, 임대업자 김인규(71)씨는 "돈이나 권력으로도 바꿀 수 없는 인간의 기본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학원생 이윤영(25)씨는 "대기업 오너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막 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이의 어려운 점을 살피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 안전하고 안정된 나라를 소망한다'는 답변은 60대 이상을 제외한 20대부터 50대까지 모든 세대의 소망에서 3위에 올랐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엄마 대부분은 안전한 나라를 첫 소망으로 꼽았다. 영어 학원을 운영하는 정경미(42)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돌다리 엄마'로 거듭났다고 했다. 정씨는 "자녀의 안전에 관해선 '돌다리도 두들기며 건너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며 "아이가 소풍만 가도 다른 엄마들과 '정말 보내야 하느냐'며 의논하고 학교에 전화해 정말 안전한지를 세세하게 묻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오모(34)씨는 "내 이웃들이 희생자 게시판에서 가족 이름을 발견하고 통곡하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처구니없는 참사와 갑질이 만연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핵심적 이유는 '기본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투명한 사회와 국가'가 50대를 뺀 나머지 세대 모두에서 새해 소망 1~3위에 오른 '세대 공감 소망'이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상식과 원칙'을 소망한 사람은 전체 500명 중 94명(전체 2위)으로 '안전한 나라'를 꼽은 사람보다 오히려 많았다. 옷 수선소에서 일하는 기세화(63)씨는 "아이 낳기도 어려운 사회인데 다 키운 자식들이 참사로 죽으면 부모가 얼마나 억울하고 피눈물이 나겠느냐"며 "개인과 정부가 조금씩 노력해 원칙을 지켰으면 그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원칙 있는 사회를 강조했다.

    이 밖에 50~60대에서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소통하는 나라'를 새해 소망으로 꼽은 사람(50대 17명, 60대 13명)이 젊은 층(20대 3명, 30대 15명)보다 많았다. 공무원 반모(51)씨는 "새해엔 대한민국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해 동서·좌우로 갈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0대에서는 경기 회복을 희망하는 사람(전체 중 18%)이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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