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500명에게 물었다… 世代공감, 새해의 꿈] 취업난 20代의 절절한 바람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사회 원한다"

조선일보
  • 안준용 기자
    입력 2015.01.05 03:00

    [3] 사회·국가에 대한 소망
    "땀을 보상하는 사회 된다면 50代의 '자식 고민'도 해결"

    지방대를 나온 김모(28)씨는 "한국 사회에서 취업을 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 중견기업의 최종 면접에서 쓰라린 좌절을 맛봤다. 평점 4점에 가까운 학점, 900점대 토익 점수를 갖고도 선택받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우리 업계에서 인턴이나 계약직으로 일해본 경험도 없습니까?" 면접관의 한마디가 그를 얼어붙게 했다. 김씨는 "신입 사원을 뽑으면서 경력까지 요구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이냐"며 "명문대 타이틀 없는 나 같은 이들은 '대입'이라는 경쟁에서 한 번 뒤처졌다는 이유로 훗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는 새해 바라는 사회상(像)으로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사회', 실패 후에도 재기할 수 있는 '안전망 있는 사회'를 꼽았다.

    새해 사회와 나라에 바라는 소망을 묻는 질문에 20대 가운데 가장 많은 22명이 "노력만큼 보상받고 기회를 보장받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답했다. 3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다른 세대에서는 모두 5위 내에도 들지 못한 소망이었다. 젊은 층이 취업을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체감하면서 우리 사회를 '불공정하다'고 보고 있다는 얘기다.

    대학원생 이모(28)씨는 "한국 사회에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은 철 지난 환상에 불과한 것 같다"고 했다. 새해에는 영화제에 본인 작품을 내보고 싶다는 그는 "그래도 그 환상을 믿을 수밖에 없는 게 우리 20대"라고 했다. 취업 준비를 하는 최호성(25)씨도 "노력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언제든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기성세대들도 이런 20대를 응원하며 '젊은이가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사회'를 희망했다. 공무원 이태성(57)씨는 "우리 세대는 경제적으로 힘들게 자랐지만 기회는 많았던 반면, 요즘 젊은이들은 여유 있게 자란 대신 성공의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면서 "땀을 보상해주는 사회가 된다면 20대뿐 아니라 자식 문제로 고민하는 우리 50대의 고민도 동시에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을 잃은 요즘 젊은 세대를 향한 쓴소리도 물론 있었다. 공원일(72)씨는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단기적이거나 큰 목표에만 치중하는 것 같다. 다들 원하는 대기업 취업, 돈에만 목을 매지 말고 희망의 눈높이를 낮춰 본인이 진정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른 세대와 구분되는 20대의 소망에는 취업난으로 가슴앓이 하지만 어디 하나 기댈 데 없고, 어렵게 취업한 뒤에도 직장에서 을(乙)의 입장이 되는 아픈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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