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스포츠4대악 합동수사반을 구성해 체육계 비리 관련 제보 269건을 접수해 조사한 결과, 택견·유도 등 분야에서 단체 자금을 조직적으로 횡령하거나 승부 조작·입시 비리를 저지른 체육계 인사와 학부모가 대거 적발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청은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서울별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스포츠4대악 신고센터 및 합동수사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체부는 지난 2월 스포츠4대악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제보 269건을 접수해 5월부터 경찰청과 함께 조사를 벌였다. 조사가 이뤄진 118건 중 2건은 검찰에 송치, 2건은 검찰에 수사의뢰했고, 25건은 감사 결과에 따라 처분을 요구했다.

조사 결과, 대한택견연맹 회장 이모 전 회장과 종합사무처 전·현직 직원 7명은 2008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유령회사와 차명계좌 63개를 이용해 총 13억3000만원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성한 비자금은 이 전 회장이 차량 구입비와 자녀 유학 자금, 생활비 등으로 썼다.

이에 따라 합동수사반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이 전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다른 종목의 협회 사무국장이자 전 국가대표 감독 A씨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국내외에서 실시한 전지훈련 중 숙박비와 식비를 과다책정해 업자에게 지불하고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약 1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또 모 종목의 국가대표 순회 고치 두 명은 선수들을 실제로 지도하지도 않고 훈련보고서만 허위로 작성해 9500만원의 수당을 부당 수령했다가 적발됐다.

승부조작도 적발됐다. 모 대학 유도부 감독 B씨는 전국중고연맹전에서 자기 아들을 우승시키기 위해 상대팀 고교 지도자들에게 기권, 고의패배 등 승부 조작을 의뢰했다. 이 감독은 승부조작으로 아들을 우승시킨 뒤 그 실적을 이용해 자신의 학교에 입학시키기까지 했다.

이처럼 체육계에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자 문체부는 비리 연루자 즉각 퇴출, 경기단체 예산 투명화, 학교 운동부 비용 구조 양성화, 스포츠 비리 수사 전담기구 설치를 골자로 하는 ‘스포츠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조직적인 예산 횡령과 승부조작 등 비리에 대해 ‘즉각적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연루자를 스포츠 단체 임원·국가대표 지도자·심판직에서 영구 퇴출하기로 했다.

또 스포츠 단체에 대해 외부 회계 감사를 실시하고, 비리가 발생한 단체에 대해서는 국고보조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감액하기로 했다. 반대로 예산을 투명·공정하게 운영한 단체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입시 비리에 연루된 고교·대학 운동부에 대해서는 신입생 선발과 경기 출전을 최장 4년까지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해외 전지 훈련의 1인당 개인 부담액이 200만원에 달하고, 이 가운데 90%를 학부모가 부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초중고 운동부에서는 해외 전지 훈련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스포츠4대악 합동수사반은 현재 진행 중인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폐지된다. 대신 현재의 스포츠4대악 신고센터를 ‘스포츠 비리 신고센터’로 유지하고, 경찰청 내에 스포츠 비리 전담 수사반을 만들어 스포츠 비리를 상시 수사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은 “정부는 스포츠의 가치를 훼손하는 어떠한 부정과 비리에도 즉각적이며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