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프랑스의 몰락은 '68혁명'에서 시작했다."

한 보수 논객의 도발적 문제 제기가 연말 프랑스 사회를 논쟁으로 몰아넣고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 논설위원 출신의 언론인 에릭 제무르(Zemmour·56)는 지난 10월 출간한 책 '프랑스의 자살(Le Suicide Francais)'에서 "이민자·동성애 등의 문제로 프랑스는 자살의 길을 걷고 있다"며 "그 시작은 '68혁명'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책은 출간 3개월 만에 40만부나 팔려나가며, 현재 소설·비소설을 통틀어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이민·동성애에 대한 보수 진영의 비판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제무르의 주장이 유독 폭발성을 갖는 건 프랑스 사회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책의 부제는 '프랑스를 무너뜨린 40년'. 여기서 말하는 '40년'은 1968년 이후의 프랑스를 말한다.

1789년 대혁명이 근대 프랑스를 만들었다면, 현재의 프랑스는 '68혁명'의 기초 위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민자와 다른 종교를 포용하고, 자유·환경·페미니즘 등 비물질적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영미식 자본주의나 절제를 강조하는 독일 사회와 구분하며, 프랑스를 '자유와 톨레랑스(관용)의 나라'라고 자평해 온 이유다.

하지만 제무르는 "이런 '68혁명'의 가치가 바로 프랑스 몰락의 원인"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그는 한 이탈리아 신문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500만명이 넘는 이슬람 신자를 추방하지 않으면 내전에 빠질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자신이 진행하던 TV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무르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사회학자 쥘리 파지는 '68혁명' 참가자들의 이후 삶을 추적한 최근 저서에서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자살·약물중독 등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동성 결혼 반대 단체인 '모두를 위한 시위(LMPT)'도 "'68혁명'의 이데올로기가 동성 결혼의 뿌리"라고 주장했다.

인터넷에선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제무르의 방송 퇴출에 반대하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소설가 레기스 드브레는 "68세대는 1980년대 신자유주의를 거치면서 스스로 새로운 상류 계층이 됐다"며 '68세대'의 자기반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제무르의 주장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니콜라 사르코지 정권에서 장관직을 지낸 우파 여성 정치인 로젤린느 바쉴로는 "제무르는 성평등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없다"고 비판했다.

좌파전선(PG) 대표인 장뤽 멜랑숑은 "이슬람 추방은 마치 나치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