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한국文學… 그래서 번역도 재밌나 봐요

    입력 : 2014.12.25 03:00

    -英譯 시집 낸 영국인 소피 바우먼
    제2외국어로 한국어 택한 인연… 아예 한국서 살며 전문번역가로
    좋아하는 작가는 황석영·김승옥… 문학만이 사람들 '생각' 알게 해

    "'으악새 슬피 우는 가을'이 무슨 말인지 몰라 밤새워 유튜브까지 뒤졌어요. 덕분에 좋은 노래(고복수의 '짝사랑') 하나 더 알게 됐죠."

    한국어를 배운 지 7년째인 26세 영국 여성 소피 바우먼(Bowman). 그는 근래 여러 달 밤낮으로 시(詩) 번역에 매달렸다. 한국장애문인협회에서 내는 계간지 '솟대 문학'에 실렸던 시 53편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달 초 이 시들을 엮은 책 '너의 꽃으로 남고 싶다(Let me linger as a flower in your heart)'가 나왔다.

    바우먼은 이제 한국 소설도 번역본보다 한국어로 읽어야 이해하기 쉽다고 한다. 요즘 전경린의‘염소를 모는 여자’를 번역하는 그는“외국인들이 한국 문학의 매력을 100% 느끼게 하려면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에 든 것은 그가 영역한 우리 시 53편을 담은 책.
    바우먼은 이제 한국 소설도 번역본보다 한국어로 읽어야 이해하기 쉽다고 한다. 요즘 전경린의‘염소를 모는 여자’를 번역하는 그는“외국인들이 한국 문학의 매력을 100% 느끼게 하려면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에 든 것은 그가 영역한 우리 시 53편을 담은 책. /오종찬 기자

    "향토색 짙은 표현들은 번역하기 어려워요. '굴뚝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할머니가 혼자 밥을 한다' 같은 문장 말이에요. 읽어도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를 땐 계속 생각해요. 샤워하다가 생각나면 나와서 적고, 자다가 깨서 문득 떠올라도 메모하고요."

    그가 한국어를 배운 건 어찌 보면 우연이었다. 런던대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던 그는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골랐다. "영국 사람 입장에서 가장 이국적 언어를 고른 것"이라고 했다. 이전까지는 한국에 별 관심 없었다. "필리핀으로 여행 갔을 때 한국이란 나라를 알았어요. 필리핀 친구들이 재밌다면서 '궁(宮)'이라는 드라마를 보더라고요."

    한국에 온 건 벼락치기 시험준비를 위해서였다. 한국어 기말고사가 다가오는데 영 자신이 없어 '한국 가서 한 달 지내다 보면 빨리 늘지 않을까 해서'였다. 시험은 낙제했다. 100점 만점에 24점 받았다. 대신 한국이란 나라에 푹 빠졌다. 하이킹을 즐기는 그에게 산이 많은 한국은 '살고 싶은 곳' 그 자체였다. "서울이란 도시에 산이 있더라고요. 북한산·남산…. 평소에도 가고 정말 좋았어요."

    그는 영국으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런던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2009년 방학 때 한국에 와 연세대 어학당에 다녔다. 전공도 한국학, 석사 논문은 '다문화의 한국적 의미'였다. 그러다가 한국에 눌러앉았다. '반소희'라는 한글 이름도 지었다.

    "한국 문학은 흥미로워요. 그래서 번역도 재미있고요. 영국에서 영역(英譯)된 한국 문학을 많이 읽었는데, 직접 번역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한국문학번역원을 찾아가 문학작품 한-영 번역 실습 1년 과정을 마쳤다. 한국 문학에 완전히 빠졌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황석영, 작품은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이다. "황석영은 직시(直視)하기 어려운 것을 똑바로 봐서 좋고, 김승옥은 1960~70년대 빠른 변화를 겪는 사람들의 원망(怨望)을 잘 담아내 좋다"고 했다. "한국 역사나 정치만 공부해서는 한국 사람들 '생각'을 알 수 없었어요. 하지만 문학은 전쟁과 산업화 과정에서 사람들 마음에 남은 아픔과 흉터를 알게 해줘요."

    그는 등산을 좋아한다. 틈만 나면 전국의 산을 타러 다닌다. 걷기를 좋아해 한국 친구들보다 서울 지리를 더 잘 안다. 남자 친구는 떡집에서 일하고, 얼마 전부터 막걸리 제조법을 배워 집에서 직접 만들어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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