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터넷 10시간 '먹통'… 美의 보복說

    입력 : 2014.12.24 03:00

    [오바마 '보복 선언' 후 北 인터넷망 마비… '사이버 전쟁' 치닫나]

    北·외부세계 연결망 완전마비… 美 정부는 긍정도 부정도 안해
    조선중앙통신·노동신문 등 주요 사이트들 전면 不通
    정부 "北의 보안 강화인지 美의 해킹인지 확인 안돼"
    사이버戰 타격 적은 북한, 對美 보복에 나설 가능성

    북한이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를 만든 소니픽처스를 해킹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북한의 인터넷망이 23일 오전 1시부터 10시간 동안 완전히 멈추는 상황이 발생했다.

    미국이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과 관련해 북한의 책임을 물으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한 직후 일어났다는 점 때문에 미국 당국의 대북 사이버 공격 결과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대응에 따라 미·북 간에 전면적 사이버전(戰)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날 인터넷망 불통 상황은 주로 북한의 공식 도메인인 '.kp'를 사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라디오 방송인 조선의소리, 김일성종합대학, 고려항공을 비롯, 대외용 웹사이트인 내나라·류경·조선체육후원기금·프렌드·조선료리·조선민족보험총회사·조선교육후원기금·민족대단결 등의 사이트가 전면 마비됐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밤까지도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

    북한 사이트는 국내에서는 연결이 막혀 있지만, 미국 등 외국에서는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다.

    영화 인터뷰 제작에서 소니픽쳐스 해킹, 북한 인터넷 다운까지 사건 일지표

    온라인 인프라 관리 업체인 딘 리서치는 "북한과 외부 세계를 잇는 인터넷 연결 상태와 품질이 24시간 동안 저하되다가 23일 완전 불통됐다"며 "누군가 북한을 공격하면서 북한이 온라인 상태를 유지하는 게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 관련 업체인 아버 네트웍스는 "이틀 전부터 북한의 인터넷 인프라에 대해 '서비스 거부(Dos)' 공격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북한은 중국 국영 '차이나 유니콤'망을 사용하고 있다.

    북한의 인터넷망 마비 사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 북한에 대해 '비례적 대응'에 나서겠다면서 북한 인터넷망의 관문인 중국에 사이버 안보와 관련한 협력을 요청한 이후 일어났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미국이 비공개로 사이버 공격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과거 이란, 중국, 러시아 등에 사이버 공격을 실행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북한에 대해) 가능한 대응 옵션이 뭔지 세세하게 밝히지 않을 것이며 (대북 해킹 공격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어떤 방식으로든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대응 조치를 이행하면 일부는 눈에 보이고, 일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2009년부터 사이버사령부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사이버 공격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2010년 이란의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정지시킨 것이 미국의 '사이버 공격'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공격은 비밀 첩보전 성격이 강해 전모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북한 인터넷 홈페이지의 다운 원인이 접속 장애인지 자체 보안 시스템 강화인지, 아니면 해킹인지 파악되지 않는다"고 했다. 해킹의 주체가 미국 당국이라면 단순히 노동신문 등의 사이트를 마비시키는 정도로 끝내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군(軍) 관계자는 "사이버 공격자가 북한의 인터넷망에 있던 더 내밀한 정보를 해킹하는 과정에서 인터넷 사이트가 마비되는 현상이 나타났을 수 있다"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해킹과 관련된 정보를 미국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건 없다"면서도 "북한이 소니픽처스를 해킹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이 북한을 해킹했을 것이라는 심증은 갖고 있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북한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상당수 북한 사이트는 중국 선양(瀋陽)에 있는 '차이나 유니콤'망을 이용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과 '우리민족끼리'가 운영하는 서버는 중국에, 조선중앙통신·조선신보의 서버는 일본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번 인터넷망 마비 사태에 대해 대미(對美) 보복 조치를 할 경우 북·미 간 대대적 사이버 대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사이버전이 벌어져도 북한이 큰 타격을 입을 여지가 적기 때문에 보복전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내부 광케이블로 연결한 인트라넷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데, 컴퓨터 보급률이 낮고 인터넷 접속도 아주 제한적이다. 또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가 1024개밖에 안 돼 공격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 21일 국방위원회 명의로 "백악관과 국방부, 테러의 본거지인 미국 본토 전체를 겨냥한 초강경 대응을 벌일 것"이라고 했지만, 이날 인터넷망 마비 사태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일부에선 북한이 사이버전을 핑계로 대남(對南)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대남 사이버 테러나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한반도 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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