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이하 조사위)가 발표한 보고서는 4대강 사업의 긍정적 측면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던 문제점 역시 사실이라고 확인하는 등 4대강 찬반론자들이 주장해온 입장이 동시에 반영됐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선 "어느 쪽 손도 들어주지 않은 일종의 '타협안'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4대강 조사위는 "사법적·정치적 판단의 영역에 속하는 사항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과학적·객관적 평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조사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①보, 구조적으로 안전하지만 누수는 보강해야
그간 논란을 빚어온 보 안전성과 관련해 조사위는 "16개 보는 구조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결론 냈다. 다만 "보 구조물 본체에서 균열과 누수가 일부 발견됐고, 수중 조사한 보 9개 중 6개 보(구미·달성·합천창녕·창녕함안·공주·백제보)의 '물받이공'에서 물이 새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런 현상이 보 구조물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파이핑(piping) 현상'인지에 대해선 조사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최동호 위원(한양대 교수)은 "물이 나온다고 파이핑 현상이라 표현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했지만, 이광철 위원(동서대 교수)은 "파이핑 현상이 추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측은 "보 상류의 물이 지반을 통해 하류로 나오는 게 아니라 보 본체 콘크리트의 갈라진 틈새로 물이 샌 것"이라며 "이런 현상은 통상 콘크리트 댐에서도 발견된다"고 주장했다.
파이핑 현상으로 드러나도 큰 문제는 없다는 게 조사위 입장이다. 배덕효 공동위원장(세종대 교수)은 "누수 문제는 보수·보강을 하면 큰 문제는 없다. 현 단계에서 보 구조물은 안전하다"고 밝혔다.
②홍수·가뭄 조절 효과 있지만, 기대만 못해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주요 목적 중 하나는 홍수 때 피해를 줄이고(치수·治水), 가뭄 때 저장해둔 물을 활용하는(이수·利水) 효과를 내는 것이었다. 조사위는 4대강 사업의 "치수·이수 효과가 있었다"는 쪽에 무게중심을 뒀다. 조사위는 4대강 인근의 홍수 위험이 줄어든 곳이 총 93.7%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홍수 위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곳이 8.6%, 줄어든 곳이 85.1%로 평가했다. 다만, 나머지 6.3%는 4대강 사업을 벌였음에도 홍수 위험을 줄이는 데엔 별로 효과가 없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보 건설로 가뭄 때 활용할 수 있는 물 확보와 관련해, "물을 확보한 지역과 실제 가뭄이 들었을 때 물 부족에 시달리는 지역의 위치가 달라 4대강 본류 중심에서만 활용(연간 1.32억㎥)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③수질은 일부 개선, 생태계엔 최악
조사위는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은 대체로 좋아졌다고 결론 냈다. 조사위는 4대강 수질을 평가하며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과 식물플랑크톤(클로로필-a) 농도 등을 점검했다. 그 결과 "한강·낙동강·금강에선 4대강 사업 이후 수질이 더 좋아진 것으로 분석(BOD·식물 플랑크톤 감소)됐다"는 것이다. 반면 낙동강 상류 4개 보 구간에선 BOD가 증가했고 영산강에선 식물플랑크톤 농도가 올라 수질이 나빠졌다는 결과도 내놨다. 그러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을 비롯한 또 다른 주요 수질 지표는 발표하지 않았다.
작년 극심했던 녹조 현상에 대해선 "보를 건설해 유속이 느려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혀 그간 환경단체들이 펴온 주장에 힘이 실렸다. 4대강 사업이 끼친 생태계 영향에 대해선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주기재 위원·부산대 교수)이라고 했다. 급하게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바람에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로 생태계 파괴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4대강 둔치에 조성된 생태공원도 붕어빵처럼 똑같이 만들어져 그 지역 생태 특징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혹평이 많았다.
☞파이핑(Piping) 현상
강에 세워진 보(洑)의 지반 아래에 물길이 생겨 보 상류의 물이 하류 쪽 바닥으로 이동해 솟구치는 현상. 물과 함께 흙 입자도 같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보 아래 지반이 약해지면서 장기적으로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