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殺人 빚은 '무분별 성형' 法으로 막을 때 됐다

조선일보
입력 2014.12.22 03:00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4시간에 걸쳐 턱을 깎는 수술을 받은 21세 여대생이 회복실에서 의식을 찾지 못하고 숨졌다. 정확한 사망 경위와 원인은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수술 공장'처럼 변한 우리 미용(美容) 성형 산업에서 또 한 명의 희생자를 보는 것 같아 착잡하다.

의사들 증언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일부 대형 성형외과들은 공장인지 병원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라고 한다. 의사 수십 명이 부위별 수술 시간과 하루 수술 건수를 할당받는다고 한다. 수술실에 타이머를 설치해 놓고 쌍꺼풀 수술은 30분, 눈 앞·뒤 트임 수술은 1시간, 코 수술은 2시간 내에 수술을 마치라는 종용을 받는다는 것이다. 환자를 더 받기 위해 여러 환자를 함께 수술하거나 아예 진료실에서 수술을 하기도 한다.

공장식 대량 성형수술을 위해서는 호객 행위가 빠질 수 없다. 지하철·버스엔 성형 광고가 넘쳐난다. 이런 혼탁해진 판촉 활동 덕분에 우리 성형 시장 규모는 연간 5조원에 달한다. 21조원으로 추정되는 전 세계 시장의 4분의 1을 점유하고 있다. 인구 1만 명당 미용·성형 건수는 131건으로 세계 1위다. 기형적으로 비대(肥大)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는 의료 행위는 의료라고 부를 수도 없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올 4월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 과대광고를 자제하기로 하는 등 자정(自淨) 활동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껏 별다른 효과가 없다. 환자가 죽어가는데 의사 단체들이 무분별한 미용 성형을 스스로 자제하기를 언제까지 기다릴 순 없다. 이제는 법으로 성형수술 병원의 기본 시설부터 수술 의사의 자격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수술 부작용에 대한 배상 의무를 강화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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