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천과장 박해준 "영업3팀 소속감, 기분 좋다" [인터뷰]

  • OSEN
    입력 2014.12.21 11:07





    [OSEN=김윤지 기자] 배우 박해준은 잘 생겼다. 그의 반듯한 외모에 힘입어 '미생'의 천과장 캐릭터는 여성 시청자들에게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키가 크면 싱겁다고 했나. 처음엔 수줍음을 타듯 허허실실 웃다가, 어느새 실없는 농담도 꺼냈다. 배우 이성민이 NG를 많이 낸다는 내용의 쪽지를 준 일을 꺼내자 갑자기 자책을 하거나, 유부남이란 사실에 팬들이 속상해 한다고 하자 "그렇다고 결혼할 것도 아니면서…"라고 중얼거렸다. 어딘가 허술한 면이 인간적이고, 또 유쾌했다.

    박해준은 20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의 천과장 역을 맡았다. 이상을 따르는 영업3팀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었다. 사내정치를 외면하지도 않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도 않았다. 조직 생활에 적당히 스며들어 있다. 가족을 위해 오차장(이성민)과 김대리(김대명), 장그래(임시완)이 영업 3팀을 떠난 후에도 원인터내셔날에 남았다. 그 표정은 처연했다. 하지만 가족을 원동력 삼아 살아간다는 것, 박해준과 천과장의 닮은 점이었다.

    그가 전한 촬영장 분위기는 떠들썩했다. "각자의 팀이 더 잘났다며 말장난을 하면서 노는 곳"이었다. 전작 SBS 드라마 '닥터 이방인'에서 그가 맡은 차진수는 홀로 고군분투하는 대남공작부 요원이었다. 혼자인 시간이 많았다. 반면 '미생'에선 영업 3팀에 속해 있었다. 팀원들과 연기 호흡을 맞추는 것은 물론 촬영장에서의 생활을 함께 했다. 실제 직장인들처럼 점심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온갖 잡다한 이야기로 수다를 떨었다. 그 소속감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다.

    "촬영 끝난 후 일순간 세트장이 썰렁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평소 왁자지껄했다. 배우들끼리 모이면 '미생' 이야기를 주로 했다. 서로 모니터해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시청자랑 똑같았다. 배우들이 자신이 나오는 드라마를 이렇게 애착 있게 본다는 게 실은 드물다. 서로가 서로의 팬이었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2기 출신인 그는 극단 차이무 소속으로, 영화 '화이'(2013) 이전까지는 줄곧 대학로에서 활동했다. 직장생활을 경험한 적은 없다. 참고로 한 주변인물이 있었느냐고 묻자, 누군가를 참고하기 보단 천과장의 심리를 쫓았다고 했다. 천과장은 오차장과 미묘한 관계에 있는 최전무(이경영)가 영업3팀에 보낸 인물로, 처음엔 적인지 아군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경계인처럼 보이는 천과장에 대해 박해준은 "마음이 여린 것"이라고 표현했다.

    "천과장은 깊이 들어가 보면 감성적인 사람임이 틀림없다. 걱정이 많다. 나쁜 사람인가 하면, 그건 아니다. 영업3팀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지만, 그가 이성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자꾸 생긴다. 독하지 못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가 영업3팀이 됐고, 처음엔 많이 혼란스러웠을 거다."

    말끔한 외양에선 냉철함이 풍겨나지만 속내는 여린 사람, 그것이 천과장에 대한 박해준의 해석이었다. 동명의 원작 웹툰에선 술을 좋아하는 천과장이 금주를 선언하는 이유가 구체적으로 설명된다. 원작을 본 그 역시 해당 대사가 드라마에선 생략돼 아쉽긴 했다. 그는 "드라마가 가야하는 줄기가 있어 배제돼야 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노골적으로 천과장의 안타까움을 드러내면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캐릭터에 대한 욕심은 배우라면 누구나 있지만 본인의 배역 보단 전체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극중 천과장은 11회부터 등장했다. 영업3팀이 마냥 편하지 않았던 천과장의 심정을 박해준도 느꼈다. 그를 가장 적극적으로 돌봐준 이는 극단 선배이자, 극중 상사 이성민이었다. "네가 와서 정말 좋다. 네가 와서 영업3팀이 완성됐다"는 응원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이성민이 있어 현장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팀원들을 살뜰히 보살피는 선배 이성민은 현실의 오상식 그 자체였다. 
     
    화면 속 장그래의 책상 위는 실제 상사 사무실을 연상시키는 디테일한 소품으로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서랍 안은 임시완의 간식거리로 가득했다. 박해준은 "촬영 끝나기 직전에 그 사실을 알았다"며 "하나 달라고 했더니 먹던 걸 주더라"고 분통함을 가장한 너스레를 떨었다. 본인의 책상 서랍엔 쓰레기와 담배, 대본이 있었다고. 영업 3팀의 끈끈함이 묻어났다. "틈만 나면 조언을 잊지 않는 선배님(이성민)과 쓸데없는 농담을 잘 받아주는 동생 두 명(김대명, 임시완)이 생겼다"는 말에서도 동료애가 느껴졌다.

    영업3팀 외에도 박해준에겐 특별한 배우가 '미생'에 한 명 더 있었다. 섬유팀 성대리 역의 태인호다. 두 사람은 사촌 관계다. 극중에선 특별히 만날 일이 없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같이 어울려 친한 사이이지만, 지금은 명절 때 얼굴을 보는 정도다. 내가 먼저 캐스팅됐는데, 태인호의 출연 소식을 듣고 신기해 전화를 걸었다. 부산 출신이라, 만나면 경상도 사투리로 대화한다"고 말했다.

    자연인 박해준은 천과장처럼 가정적인 아빠였다. 그는 극단 '차이무'에서 함께 활동하던 배우 오유진과 2010년 결혼해 지난해 11월 아들을 얻었다. 돌을 갓 지난 아들을 홀로 돌보는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미생' 촬영으로 돌잔치는 가족끼리 조촐하게 집에서 했다. 촬영 기간 중 아이가 많이 아팠던 적이 있었다. "아이의 열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데, 아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현장을 지켜야 하니까 신경을 많이 못 썼다"는 그는 그 당시를 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로 꼽았다.

    "천과장은 복잡한 선택을 해야 할 때, 가족을 떠올렸다. 실제로도 가장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연기를 할 때 도움이 됐다. 마음속으론 A를 선택하고 싶어도, 조직에서 살아남으려면 B를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가족이 있어 선택의 무게가 생기는 거다."

    '미생' 출연진과 스태프는 22일 세부로 포상휴가를 떠난다. 박해준도 함께 한다. 이후 일정은 벌써 정해졌다. 내달 20일부터 극단 차이무의 첫 뮤지컬인 '달빛요정과 소녀' 무대에 오르고, 주연작인 영화 '4등'이 내년 상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미생'은 끝났지만, 새로운 길을 열어 줬다고 생각한다. 아쉬움이 큰 만큼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나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출발이 될 것이다."

    '미생'은 끝났지만, 완생을 향한 박해준의 걸음은 계속됐다.

    jay@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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