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17일(현지 시각) 미·쿠바 국교 정상화를 전격 발표했다. 1961년 단교(斷交) 이후 53년 만이다. 미국과 쿠바는 195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말 그대로 특수 관계였다. 그러나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이끄는 공산 정권이 들어서자 미국은 한때 정권 전복(顚覆) 작전을 시도했다. 1960년대 구(舊)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하려 하면서 미·소가 핵(核)전쟁 일보 직전까지 간 일도 있었다. 미국은 50년 넘게 쿠바에 대한 경제 봉쇄를 풀지 않았고, 쿠바 역시 국제적 반미(反美) 연대의 선봉에 서 왔다.

미국의 제재는 쿠바 경제를 최빈국으로 몰아넣었다. 1991년 소련이 무너지면서 쿠바의 경제난은 심화됐다. 결국 쿠바 공산 정권도 점진적 개혁·개방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1993년 달러화 소지를 허용한 데 이어 90년대 중·후반엔 토지의 사적(私的) 소유와 종교 자유도 부분적으로 허용했다. 2008년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 라울이 권력을 이어받은 이후에는 모든 일반인에게 휴대전화 소지, 호텔 숙박을 허용하는 자유화 조치를 취했다. 쿠바의 이런 개혁·개방 조치가 없었다면 이번 수교 합의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하면서 '적(敵)과도 대화해야 한다'며 그 대상으로 북한·이란·쿠바를 꼽았다. 이란과는 미국의 주도로 핵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란은 지난해 개혁 정권 출범 이후 이런 변화가 가능해졌다. 이번 미·쿠바 수교 협상 개시로 이제 지구상에서 완전 고립된 나라는 북한만 남게 됐다.

북한과 쿠바는 1960년대 이후 서로를 '형제 국가'로 불러왔다. 그런 쿠바도 20여년 전부터 주민의 삶을 중시하는 점진적 개혁을 추진하더니 이제는 미국과 수교로 본격적인 개혁·개방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만들었다. 반면 김정은 정권은 집권 3년 동안 3차 핵실험을 했고 대륙간탄도탄(ICBM)급 발사 실험을 실시했다. 북 정권은 핵도 보유하고 경제도 살리겠다는 '핵·경제 병진 노선'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게 얼마나 허무맹랑한 꿈인지를 하루라도 빨리 자각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고집하는 한 고립무원의 처지를 벗어날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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