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는 '메가 프로젝트'에 억만장자들이 직접 뛰어드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들은 정부가 선뜻 나서지 못하는 연구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성과를 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대표 분야가 우주과학이다.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엘런 머스크는 2002년 1억달러(약 1090억원)를 투입해 우주항공회사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상업용 로켓·우주선 개발을 목표로 한 스페이스X는 지난 9월 미 항공우주국(NASA)이 추진하는 '우주 택시' 프로젝트의 사업자로 보잉과 함께 선정됐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도 2000년 우주여행업체 '블루오리진'을 세우고 로켓엔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조스는 고교 시절부터 우주에 호텔·놀이공원 등을 건설하겠다는 꿈을 꿨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주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2008년 칠레에 차세대 대형 천체망원경(LSST)을 제작하는 프로젝트에 3000만달러(약 330억원)를 기부했다.
소프트웨어 업체 오러클의 창업자 래리 엘리슨은 1997년 안티에이징(노화 관리) 등 생물의학을 연구하는 '엘리슨 의료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공공연히 "늙지 않는 약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한다. MS의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은 2003년 뇌 기능·질환 연구를 위해 미 시애틀에 '앨런 뇌과학 연구소'를 세웠다. 그의 어머니가 치매로 고통받았던 것이 연구소 설립의 결정적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앨런은 지금까지 연구소에 약 4억달러(4370억원)를 쏟아부었다.
한편 채식주의자로 알려진 비즈 스톤 트위터 공동 창업자는 '가짜 고기'를 만드는 업체 설립에 투자했다. 이 업체는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콩을 이용해 닭고기 맛이 나는 식품을 만든다. 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억만장자들의 무한한 열정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인간의 엉뚱한 상상력을 실현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