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빛낸 과학계 별들

조선일보
  • 박건형 기자
    입력 2014.12.18 03:00

    [네이처 선정 '올해의 과학인물 10']

    로제타號 프로젝트 아코마조 1위, 2위는 면역항암제 만든 토팔리안
    에볼라 퇴치하다 숨진 칸 박사… 여성 과학자도 일본인 포함 4명

    20년 전 어느 날, 유럽우주국(ESA)의 연구원 안드레아 아코마조(Accomazzo)는 여자 친구의 추궁을 당했다. 그의 수첩에 전화번호와 함께 적힌 '로제타(Rosetta)'라는 이름 때문이다. 아코마조는 "질투심 많은 여자 친구에게 내 머릿속에 있던 우주탐사선 로제타에 대해 설명했고, 오해를 푼 덕에 결혼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아코마조의 메모는 현실이 됐다. 로제타는 2004년 발사돼 10년간 64억㎞를 날아간 끝에 지난달 13일 탐사로봇 필레(Philae)를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에 착륙시켰다.

    ‘네이처’가 선정한 ‘올해의 과학 인물 10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인물로 꼽힌 유럽우주국(ESA) 연구원 안드레아 아코마조. 우주 탐사선 ‘로제타’ 프로젝트를 실현한 주역이다.
    ‘네이처’가 선정한 ‘올해의 과학 인물 10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인물로 꼽힌 유럽우주국(ESA) 연구원 안드레아 아코마조. 우주 탐사선 ‘로제타’ 프로젝트를 실현한 주역이다. /ESA 제공
    저명한 국제 과학 저널 '네이처'는 17일(현지 시각) '올해의 과학 인물 10인'을 선정하면서 ESA 비행담당 국장인 아코마조를 가장 중요한 인물로 꼽았다. 네이처는 "아코마조는 ESA 사상 가장 성공적인 프로젝트 책임자"라며 "로제타는 태양계의 기원에 대한 인류의 이해와 지구의 물이 어디서 왔는지 밝혀줄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공군 조종사 출신인 아코마조는 우주 탐사에 대한 꿈을 좇아 ESA 연구원으로 진로를 바꿨다. 앞으로 ESA의 화성 탐사 프로그램을 이끌 예정이다.

    올해의 과학 인물에는 여성 과학자가 4명이나 포함됐다. 2위로 꼽힌 미국 존스홉킨스대 수잰 토팔리안 박사는 사람 몸속에 있는 면역세포(T세포)의 능력을 강화해 암을 퇴치하는 '면역항암제'를 만들었다. 그의 연구를 바탕으로 개발된 제약사 BMS의 흑색종 치료제는 올해 일본과 미국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올해의 과학인물 10에 선정된 과학자들 사진
    지난 9월 세계 최초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배양해 만든 망막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한 일본 이화학연구소 다카하시 마사요 박사가 4위로 꼽혔다. 6위인 마리암 미르자카니 스탠퍼드대 교수는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았다. 여성이 이 상을 받은 것은 필즈상 역사 78년 만에 처음이다. 미르자카니 교수는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이메일을 받았을 때, 해킹당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세계에 유행시킨 전 야구선수 피트 프레이츠(7위)는 과학자가 아니지만, 과학계에 미친 영향이 커서 선정됐다. 루게릭병 환자인 프레이츠는 루게릭병 연구기금을 내거나, 아니면 얼음물 샤워를 택하게 하는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제안했다. 이 덕에 미국에서만 1억1500만달러의 기금이 모였다.

    9위로 꼽힌 시에라리온의 국민 영웅 셰이크 우마르 칸(Khan) 박사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시에라리온에 창궐한 에볼라 바이러스의 최전선에서 연구하다가 감염돼 지난 7월 목숨을 잃었다. 네이처는 "칸 박사는 모든 이에게 의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했고, 실제로 에볼라 환자가 가장 많이 옮겨진 케네마 국립병원을 지켰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개미·꿀벌의 움직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초소형 로봇을 만든 라드히카 나그팔 하버드대 교수(3위), 기존의 우주대폭발(빅뱅) 연구에 일부 오류가 있음을 밝혀낸 데이비드 스퍼겔 프린스턴대 교수(5위), 인도 화성 탐사를 이끌고 있는 코필리 라다크리슈난 인도우주연구소장(8위), 세포 내부 리보솜의 구조를 밝힌 숄 셰이레스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10위) 도 올해의 과학 인물 10인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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