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자민당이 14일 치러진 중의원(衆議院) 해산 총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자민당은 밤 11시 현재 전체 475석 중 300석 안팎의 의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민당이 1955년 이래 가장 많은 의석을 얻은 것은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 때인 1985년의 300석이었다.
이번에 자민당이 얻은 의석은 연립 정권의 파트너인 공명당 의석까지 합치면 3분의 2(317석)를 훨씬 넘는다. 일본 의회에선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參議院)이 법안을 부결시켜도 중의원 3분의 2 이상이면 재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정책이든 통과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아베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했을 때만 해도 야당의 약세를 틈탄 정략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등의 영향으로 40% 안팎까지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어느 야당도 대안(代案) 정당으로서 신뢰감을 얻는 데 실패한 데다 우파 성향 군소 정당 지지자들도 대거 자민당을 지지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년 동안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재탄생시키는 데 주력했다. 헌법 해석 변경이라는 비정상적 방법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결정했다. 내년에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필요한 안보 관련 법제(法制) 정비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위한 '미·일 가이드라인'도 18년 만에 개정키로 했다. 무기(武器) 수출 금지 3원칙도 폐기, 이미 호주 등과 잠수함 수출 계약까지 맺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 승리로 이런 재무장 노선이 국민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보고 이 흐름을 더 강화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전쟁하는 나라로 가기 위한 마지막 돌파선이라 할 수 있는 '헌법 9조'를 폐기하기 위해 아예 개헌을 추진할 수도 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후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서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집중했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지난 2년 동안 일본의 전쟁 범죄 자체를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여러 번 했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 재검증을 통해 담화 내용을 훼손했다. A급 전범(戰犯)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에도 참배했다. 일본 국민은 이번 선거를 통해 이런 아베 총리에게 분명한 지지를 보냈다. 일본 전체가 과거와는 다른 나라로 변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일부 정치 지도자와 극단주의자들의 퇴행적 언동(言動)이 실은 광범위한 지지 배경 위에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제 우리는 새로 탄생한 일본을 과거와 같은 눈으로 보고 대응해서는 안 되는 시기를 맞았다. 외교·안보 전략도 '일본의 재탄생(再誕生)'을 전제로 더 치밀하게 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