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곰장어는 일본산, 교토 갯장어는 한국산

조선일보
  • 이한수 기자
    입력 2014.12.12 23:05

    일제강점기 거치며 명물 된 부산곰장어
    여수·통영 갯장어는 일본에서 최고급
    명태 뜻하는 일어 '멘타이'는 한국 영향

    '한일 피시로드, 흥남에서 교토까지'
    한일 피시로드, 흥남에서 교토까지|다케쿠니 도모야스 지음|오근영 옮김|따비|368쪽|1만8000원

    일본 3대 축제로 꼽히는 교토(京都) 기온 마쓰리는 '하모(갯장어) 마쓰리'라고도 불린다. 매년 7월 한 달간 열리는 축제 기간 일본인들은 계절 고급요리인 '갯장어 오토시(落とし)'를 즐긴다. 잘게 칼집을 넣은 갯장어 살을 끓는 물에 살짝 넣었다가 소스에 찍어 먹는 음식이다. 일본인들은 뭐든 자국산을 최고로 여기지만 갯장어만큼은 고성·통영·여수에서 잡힌 한국산을 으뜸으로 친다.

    교토 중앙시장에서 거래되는 갯장어의 25~30%가 한국산이다. 시장 가격도 일본산보다 3~4배 이상 비싸다. "한국 갯장어는 기름기가 잘 배어 있는 데다 뼈가 부드럽습니다. 비쌀 때에는 ㎏당 1만엔 가까이 할 때도 있습니다." 교토 수산물 회사 아베 신지씨의 말이다.

    부산 자갈치시장 명물인 곰장어(먹장어)구이는 부산이 발상지로 알려져 있다. 알루미늄 포일 위에 양념한 먹장어를 구워내는 음식이다. 자갈치시장에서 파는 먹장어 상당량은 일본산이다. 일본에서는 먹장어를 먹지 않아 대부분 한국으로 수출한다. 먹장어는 과거 한국인들도 먹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서민 요리가 됐다. 일제 강점기 일본은 부산에 먹장어 가죽 공장을 세웠다. 먹장어 가죽은 신발끈 등으로 사용했다. 식민지 가난한 조선인들은 버려진 먹장어를 구워 먹었다. 6·25전쟁 때 피란민들이 부산에 몰려들면서 값싼 곰장어구이는 자갈치시장 대표 명물이 됐다.


    곰장어.
    /shutterstock
    일본 가와이대학에서 현대문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꼼꼼한 현장 취재와 방대한 사료 조사를 통해 한·일 수산물 교류의 사회사를 촘촘히 복원한다. 생선 대구의 서식 경로와 어획 경쟁 등을 통해 세계사의 흐름을 짚은 책 '대구'(마크 쿨란스키 지음), 참치·대구·연어·농어 4가지 생선을 통해 인간의 이기적 욕망과 환경 문제를 고발한 '포 피시'(폴 그린버그)를 섞어놓은 듯한 한·일판(版) 생선 교류사다.

    명태는 이제 한국에선 거의 잡히지 않는다. 러시아와 일본에서 대부분 수입한다. 한국인에게 명태는 특별한 생선이다. 건조 방식과 정도에 따라 생태·동태·코다리·황태·북어로 이름도 바뀐다. 제사나 고사, 건물 상량식 등을 할 때 말린 명태인 북어는 빠지지 않는다. 생태·동태찌개, 코다리찜, 북엇국처럼 음식도 다양하다. 일본은 어묵 재료로 쓰거나 명란젓(멘타이코) 정도로만 먹는다. 명태를 뜻하는 일본어 '멘타이'는 한국어 '명태(明太)'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명태 조업은 전통적으로 함경도 어민이 장악했다. 1909년 기록에 따르면 함경남도 신포 근해에는 성어기를 맞으면 어선 1600척이 몰려들었다. 명태 남획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로 올라간다. 1920~30년대 일본 자본이 명태 조업에 뛰어들었다. 저자는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먹으려고도 아니고, 신께 바치려고도 아니라 단지 조선인에게 팔려고 명태를 잡을 뿐이었다"고 지적한다. 1970년대 증산에 나서 명태 치어까지 잡았고 지금 한국의 명태 어획량은 통계상 '제로(0)'다.

    생선을 매개로 한·일 간 유대를 말하는 대목은 깊은 울림을 준다. 일본 혼슈 북부에서 잡히는 가리비는 일본 열도 1700㎞를 달려 시모노세키에 도착하고 부산~시모노세키 페리를 타고 현해탄을 건넌다. 부산에 도착한 가리비는 다시 300㎞를 달려 강원도 동해나 속초에 도착해 서울을 비롯한 전국으로 퍼진다.

    오늘도 부산에서는 한국산 갯장어·넙치·피조개·바지락이 일본으로 실려가고, 일본산 먹장어·가리비·멍게·해삼이 들어오고 있다. 2011년 한국은 일본에 수산물 16만8400t을 수출하고 5만6300t을 수입했다.

    "일본산, 한국산을 구별하기에 집착하는 존재는 사람들뿐이다. 물고기 입장에서 보면 그냥 '하나의 바다'인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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