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遠洋(원양)어선 人災(인재) 반복 이대로 둘 건가

조선일보
  • 한정희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
    입력 2014.12.10 04:49

    한정희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
    한정희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
    '살아 있으면 소주나 한잔 하자'며 전 국민을 가슴 뭉클하게 한 '501 오룡호'의 김계환 선장과 동료 간의 마지막 교신이 공개돼 국민의 눈시울을 다시 붉혔다. 정부는 초계기·경비함 등을 파견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또 흐지부지 넘겨서 안 되는 것은 60명을 태운 채 침몰한 '501 오룡호'가 예견된 참사였다는 점이다.

    2008~2013년 원양 해역에서 기록된 한국 어선 해양 사고는 85건이다. 원양어업 특성상 경미한 사건·사고는 공식 집계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숫자는 심각한 현실을 반영한다. 게다가 과거 사고를 살펴보면 '501 오룡호'에서 드러난 안전 관리 부재, 무리한 어업 관행, 노후한 인프라 문제들이 반복됐음을 알 수 있다.

    501 오룡호의 선주인 사조산업의 계열사 사조오양의 오양70호(당시 선령 38년)는 2010년 8월 뉴질랜드 인근해에서 침몰, 6명의 사망자를 냈다. 2013년 3월 발표된 뉴질랜드 조사관 조사보고서는 닫혀 있어야 할 엔진실 문이 열려 있어 침수된 것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 배가 균형을 잃고 위험에 처했을 때 120t의 물고기가 담긴 그물을 잘라내자는 선원들 요구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끌어올리라고 선장이 명령한 잘못도 지적했다. 오양70호의 이런 모습은 다른 어선들이 조업을 멈추는 중에 가장 마지막에 피항한 501 오룡호와 닮았다.

    인성실업의 인성 1호(당시 선령 31년)는 2010년 12월 남극해에서 침몰해 승선자 42명 중 22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해양안전심판원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닫혀 있어야 할 트롤 전개판(trawl door·어망을 끌어올리는 문)으로 해수가 들이닥쳐 침수가 시작됐다. 이후 무리한 문제 해결 시도, 뒤늦은 퇴선 명령 등 익숙한 수순을 밟았다. 안전 장비도 못 갖춘 선원들은 허둥지둥 남극해로 뛰어들었다. 당시 대부분이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 선원이었는데도 선박 내 비치된 안전 매뉴얼은 한국어로만 돼 있었다.

    사건마다 보고서와 교훈은 나왔다. 지적되는 문제점들은 패턴을 보이며 반복됐다. 선원들의 죽음을 통해 배운 교훈은 어디로 갔는가? 업계와 정부는 충분한 시간과 정보가 있었음에도 선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원양어업의 악순환을 끊지 못했다. 대체 얼마나 많은 배가 가라앉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돼야 기본적인 안전 조치를 이행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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