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 아동 결연보다 마을 자립에 집중 주민 스스로 변화를 만들었어요

입력 2014.12.09 05:42

기부금의 위력변화가 일어난 현장
한국월드비전 베트남 현장
현지인으로 구성된 지역사무소 15년 사업, 5년 단위로 계획 세워
우물·화장실 등 마을 시설 지원···초등학교엔 '참여학습법' 전수

마을 주민 두세 집이 함께 쓰는 우물. 우물설치에 드는 비용의 30%는 주민들이 부담하고, 직접 공사에도 참여했다.
마을 주민 두세 집이 함께 쓰는 우물. 우물설치에 드는 비용의 30%는 주민들이 부담하고, 직접 공사에도 참여했다. / 월드비전 제공
15년. 월드비전이 이 지역에 첫발을 디디면서부터 함께 하겠노라 약속한 시간이다. 1998년 호아방은 당시 베트남 남부에서도 가장 가난했던 지역이었다. 바다와 가까워 태풍이 휩쓰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다들 많은 NGO처럼 왔다가 주고 떠나갈(give and leave) 기관으로 생각했어요. 2년에 걸쳐 지역 주민들을 설문조사하고, 그걸 바탕으로 정부·지역사회와 함께 계획을 짜기까지 또 1년 반 이상 걸렸죠." 21년 동안 월드비전 베트남 여러 사업장을 총괄해 온 매니저 푹(59)씨의 말이다.

신뢰가 쌓이자, 파트너십이 맺어졌다. 지역사무소 모든 직원이 베트남 현지 출신인 것도 한몫했다. 월드비전이 파악한 지역 현황에, 15년 장기 사업방향과 목표가 근간이 되어 5년 단위 지역정부 개발계획이 세워졌다. 지역정부 내 프로젝트관리위원회(Project Management Board·PMB)가 만들어지고, 교육·영양·농업 관련 계획이 수립됐다.

"NGO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이들은 아직 너무 가난하니까 기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여유가 있으면 있는 만큼, 없으면 없는 대로 기여하도록 해야 주인의식도 생기고 공동체도 유지할 수 있어요."(푹 매니저)

◇아동 결연 후원금, 직접 지원보단 마을 지원으로

아동 결연 담당 직원 땀(39)씨는 "마을이 힘을 갖고 자립해야, 그 마을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동 결연으로 들어온 후원금이, 아이에게 직접 지원되기보다는 지역사회와 가정의 기반을 닦는 데 쓰이는 이유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비와 교구비 등이 없어선 안 될 경우에만 직접 지원된다. 우물, 화장실, 농경 관개수로, 다리…. 마을 시설에 들어가는 비용 중 30%는 주민이, 나머지는 월드비전에서 돈을 보탰다. 직접 일하는 것도 주민들 몫이었다. 때로 정부도 힘을 보탰다. 12년간 마을주민 자치위원장을 맡은 빈(58)씨는 "예전 우리 마을엔 시멘트집도, 가축도, 우물도, 개울도, 오토바이도,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전혀 없었는데 모든 게 달라졌다"며 "'우리가 스스로 만든 변화'라는 자부심이 생겼다"고 했다.

마을 주민을 위한 영양교육, 가정폭력이나 남녀평등 교육도 이뤄졌다. 학교 현장도 바꿨다. 유니세프에서 권고한 '참여학습법(Active Learning Methods)'에 따라 초등학교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참여학습법이란 교사만 말하고 아이들은 듣는 방식이 아닌, 조를 짜 아이들이 직접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지역정부와 교사를 설득하기 위해 이미 참여학습법을 시행하는 월드비전 베트남의 다른 사업장으로 스터디 투어가 몇 차례씩 이뤄졌다. 이제 이 지역 13개 모든 초등학교에서 참여학습법을 적용한다. 효과를 확인한 지역정부에서 정책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16년간 호아푸(Hoa Phu)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해온 탐(36)씨는 "조를 짜 수업 하다보니 아이들 이해도도 높고 자존감도 높아졌다"며 "지난 10년간 1년에 한 번씩 각 학교 대표 교사들이 월드비전에서 진행하는 워크숍을 들은 후, 다시 학교로 돌아와 다른 교사들을 대상으로 보수교육을 진행해왔다"고 했다.

지난 2일, 베트남 호아방 지역 호아푸(Hoa Phu) 초등학교에서 만난 아이들. 2000년부터 후원이 시작된 호아방 사업장은 3년간의 전환기를 거쳐 2016년 종결된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지난 15년간, 지역이 살 만해졌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지난 2일, 베트남 호아방 지역 호아푸(Hoa Phu) 초등학교에서 만난 아이들. 2000년부터 후원이 시작된 호아방 사업장은 3년간의 전환기를 거쳐 2016년 종결된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지난 15년간, 지역이 살 만해졌다”며 자랑스러워했다. / 월드비전 제공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 건강하고 지속될 수 있는 지역사회 필요해

15년이 흘렀다. 망고, 파파야, 오렌지 묘목이 이제는 아이 키만큼 자랐고, 비바람에 지붕이 날아가던 흙집은 시멘트집으로 바뀌었고, 집 뒷마당엔 돼지, 닭, 오리를 키운다. 과실수로 둘러싸인 마당 옆엔 겨자를 심은 작은 텃밭도 있다. 관개수로를 뚫어 이젠 이모작 벼농사도 짓는다. 지난 2일, 마을에서 만난 뇩(43)씨는 "정말 많이 살 만해졌다"고 했다. "딸린 아이가 두 명인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았습니다. 종일 꼬박 일해야 1만 5000동(약 7800원) 버는데, 그마저도 우기 땐 거르기 십상이었거든요. 학비는커녕 먹을 것도 빠듯했죠. 월드비전을 통해 소를 지원받고 나서 학비 걱정은 없어졌어요. 송아지를 3마리 낳았는데, 큰아이 학비 대려고 송아지 한 마리를 10만동(약 52만원)에 팔기도 했죠." 이뿐 아니다. 몇 집씩 함께 쓰는 우물에선 연중 깨끗한 물이 샘솟는다. 설사병으로 고생하는 아이들도 찾기 어려워졌다. 벼농사로 이젠 먹고도 팔 수 있을 만큼의 쌀이 생산된다. 돈을 모아 필요한 곳에 빌려주는 소액대출도 시작됐고, 13명 엄마를 중심으로 한 '영양교육' 자조 모임도 2년째 진행 중이다.

마을이 변하자 그 속의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7학년 레(12)양의 엄마 한(38)씨는 딸이 전교회장인 데다, 모든 과목에서 하나 빼고 최고점을 맞아 학년 1등을 했다며 시험지를 들곤 연신 함박웃음이었다. "제가 어릴 땐 돈이 없어서 9학년까지밖에 못 다녔어요." 한씨에게 물었다. 이제 영원히 떠나가는 월드비전을 보며 불안하지는 않는지.

"아쉽기야 하죠. 하지만 이제 우리는 힘이 생겼어요. 한 집이 문제가 생기면 다 같이 도와줄 수도 있고요. 더 힘든 곳 찾아 떠나는 게 당연하죠. 저희 마을은 앞으론 가축을 어떻게 하면 잘 기를 수 있을지 논의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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