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한테 막말과 성희롱을 했다 해서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서울 시향 박현정 대표가 5일 정명훈 예술감독을 공격하고 나섰다. 박 대표는 "정 감독이 악단 구성과 예산 등에서 독단적인 권력을 휘둘렀다"며 "서울 시향은 정 감독 지시라면 규정·절차를 수시로 무시하는 사조직(私組織)"이라고 했다.
박 대표가 서울 시향의 행정을 책임진 지 2년 가까이 됐다. 조직에 문제가 있다면 내부 논의를 거치고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행사해 바로잡아 가는 게 그의 임무다. 그러나 퇴진 운동이 일어나자 갑자기 내부 고발자라도 된 듯 남 탓부터 하고 나섰다. 조직의 책임자로서 기본 자세가 잘못됐다. 박 대표는 또 직원들에게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장기(臟器)를 팔아라" "(술집) 마담 하면 잘할 것 같다" 같은 거친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그가 취임한 후 서울 시향을 떠난 직원이 여럿이라고 한다. 박 대표가 서울 시향을 바꿔보려고 했다면 설득력 있는 논리로 직원들에게 가야 할 목표를 설명하며 조직을 하나로 모으는 데 힘썼어야 했다.
정명훈씨가 예술감독을 맡은 이후 서울 시향은 연주회 유료 관객 수가 급증했다. 세계 무대에서 연주하는 기회도 늘었다. 그런 한편 정 감독의 악단 운영에 대한 논란도 있다. 박 대표는 "정 감독의 비서가 찾아와 정 감독이 집을 수리하니 부인이 머물 호텔 비용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정 감독에게 공(公)과 사(私)가 흐릿한 측면이 있다면 그것대로 고쳐 나가야 한다.
서울 시향의 연간 예산 180억원 가운데 110억원은 시민이 내는 세금이다. 이런 단체가 향기로운 선율(旋律)을 선물하기는커녕 볼썽사나운 싸움으로 소음(騷音)만 낸다면 시민들이 등을 돌릴 것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뭐하고 있었는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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