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룡호 船長 "선원 저리 만들고 무슨 면목으로" 동료 선장들 "전부 살아 부산서 소주 한잔하자"

    입력 : 2014.12.05 05:54

    -김계환 선장 마지막 교신
    金선장 "마지막 하직인사"
    동료 선장 "너도 꼭 나와야"

    오룡호 김계환 선장.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조업하던 원양 트롤어선 '501오룡호'가 침몰하게 된 긴박한 과정이 담긴 교신 내용이 공개됐다.

    3일 사조산업이 공개한 교신에는 오룡호 김계환〈사진〉 선장과 같은 회사 소속 69오양호 이양우 선장, 카롤리나77호 김만섭 선장이 당시 주고받은 내용이 있다. 69오양호는 지난 1일 오전 10시쯤 기상악화로 피항을 시작, 근처 오룡호 김 선장에게 "날씨가 안 좋아진다니 판단 빨리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오룡호도 낮 12시쯤 피항을 시작했다.

    얼마 후 오룡호 김 선장은 이 선장에게 "고기를 붓는 과정에서 배 뒤쪽을 통해 어획물 처리실로 바닷물이 들어가 빼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낮 12시 30분쯤 김 선장은 다른 배에 있는 한국인 감독관에게 "어획물이 배수구를 막았고, 너무 많은 바닷물이 잘 빠지지 않아 배가 기울고 있으니 와달라"고 요청했다. 김만섭 선장에게도 "바닷물이 들어와 조타가 불가능해 엔진을 정지하고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며 요청, 펌프 1개를 전달받은 오룡호는 들어온 바닷물 절반가량을 퍼내 안정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오후 3시 30분을 전후해 어획물 처리실의 수위가 높아지고 배가 크게 기울기 시작했다. 오후 4시쯤에는 오룡호 김 선장이 카롤리나호 김 선장 등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퇴선해야겠으니 구조 준비를 해달라"고 소리쳤다. 상황이 급격히 나빠진 것. 김 선장은 형처럼 대하던 오양호 이 선장에게 "마지막 하직인사는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선장은 "차분하게 선원들을 퇴선시키고 너도 꼭 나와야 한다"면서 설득했다. 그러나 김 선장은 "지금 배 안에 불이 모두 꺼졌다"면서 "선원들 저렇게 만들어놓고 제가 무슨 면목으로 살겠느냐"고 답했다. 이 선장은 다시 "전부 살아나 부산서 소주 한잔하자"고 외쳤지만 답이 없었다. 오룡호는 오후 5시 15분쯤 북위 61도 54분, 서경 177도 10분 위치에서 침몰했다.

    4일 오전 사고해역에서 한국인 선원 유천광(47·1항사)씨와 정연도(57·갑판장)씨, 동남아 선원 2명의 시신이 추가로 인양돼 사망자는 한국인 6명과 동남아 선원 12명, 국적 미확인 2명 등 모두 20명으로 늘었다. 승선원 60명 중 구조된 7명을 제외한 나머지 33명은 여전히 실종상태다.

    이날 오전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은 선원 가족 대책위가 있는 부산을 찾아 "국익을 위해 먼바다에 나가 조업하던 애국자 분들이 사고를 당한 것에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며 수습과 철저한 진상조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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