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씨 국정 개입 의혹'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박지만 EG 회장과 정씨 간의 '권력 암투설'도 제기되고 있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청와대 비서관 3인방'이 각각 박 회장과 정씨 간의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1일 본지 인터뷰에서 "제가 20년 전부터 잘 아는 박 회장의 천거로 청와대에 들어와 박 회장의 오더로 비선(袐線) 쪽과 세력 다툼을 하다가 일패도지(一敗塗地)했다고들 얘기하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조 전 비서관은 "나를 비서관에 추천한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4월 내가 비서관에서 잘릴 때도 보조 낙하산(박 회장의 도움)은 펴지지 않았다"면서 현 정권에서 박 회장의 '영향력'을 부인했다.

조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친인척 사정에 밝은 박 회장 쪽 사람을 채용해 관련 업무를 맡기자고 했더니 정호성 제1부속 비서관이 '그런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고 했다"면서 "박 회장은 그럴 힘도 없었다"고도 했다.

'정윤회씨가 박 회장을 미행했다'는 지난 3월 시사저널 기사와 관련해 조 전 비서관은 "그 기사는 100% 오보"라고 했다. 해당 기사는 두 사람 암투설을 촉발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박 회장이 자신을 미행하는 사람을 잡아서 자술서를 쓰게 했다는 기사 내용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다만 조 전 비서관은 "아마 당시 박 회장이 정윤회씨 쪽 사람이라고 자처하는 그 누군가로부터 '미행'을 조심하라는 말은 들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박 회장이 김기춘 실장에게 '그게 만약 사실이면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했던 것 같다"면서 "나한테 알아봐 달라고 한 것은 없었다"고 했다.

조 전 비서관은 "1993년 초임 검사 때 박 회장의 마약 사건을 담당하면서 그를 처음 만났다"면서 "2011년 초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준비팀에 합류해서 박 회장을 다시 만났는데 '어, 당신이냐'며 반가워했다"고 했다.

조 전 비서관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재직할 때도 대통령 친인척 가운데 유일하게 박 회장을 '담당'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