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원선우 기자의 종횡무진] "난, 정치권에 뛰어들 사자의 심장이 없다"

조선일보
  • 원선우 기자
    입력 2014.11.29 07:41 | 수정 2014.11.29 16:42

    '場外의 진보' 曺國 서울대 교수
    "386들, 88만원 세대 위한 사다리 걷어차… 후배들의 적개심 정당한 것"

    강남 좌파?… '서민 코스프레'는 안할 것
    "강남 살고 집값이 10억원인 것도 사실
    근데, 강북 가 살면 '진정한 좌파' 됩니까
    난 서민 아니다… 서민인 척하긴 싫어
    잘생겨서 떴다? 맞다, 외모 덕 좀 봤죠"

    선출직 출마 않겠다… 법학자로 남을 것
    "선거 나가면 처음엔 손뼉 좀 치겠죠
    그다음엔 '네가 세상 쓴맛 알아?' 할 거다
    명성 좀 생겼다고 정치판 뛰어들면
    내게도 진보에게도 해악… 이게 두려워"

    '폴리페서'라고?
    "수많은 교수가 의원 됐어도
    나만큼 욕먹진 않더라
    법학자로서 소홀한 적 없어
    휴직 한 번 안해봤어요"

    못말리는 '트위터 사랑'
    "나도 인간인지라…
    글 올리면 반응 오니 쾌감
    사람들 칭찬에 중독되더라
    시간 많이 안뺏기려 노력중

    "야당이 집권할 수 있을까
    "現 새정치연합으론 어려워
    목표 향한 단결이 없더라
    박근혜 정권 실패한다 해도
    野의 성공으론 연결 힘들것"

    조국(曺國·49) 서울대 법대 교수. '폴리페서' '진보 스타' '법학계의 장동건' '강남 좌파' '파워 트위터리안'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는 그는 선거 때마다 야권 영입 '1순위'로 꼽힌다. 장외(場外)에서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정작 정치엔 뛰어들지 않는, 그래서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조 교수를 지난 1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다음 달 출간될 책 '절제의 형법학' 막판 퇴고에 여념이 없었다.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연구실 탁자에 앉자 입구 위에 걸린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행동하는 양심'. 조 교수는 탁자 맞은편에 앉았다.

    ―조국 교수는 폴리페서(polifessor·현실 정치에 뛰어든 교수)라고들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교수 본업에 충실하면서 정치적 발언도 하는 사람을 폴리페서라고 한다면 난 폴리페서 맞다."

    ―세상 사람들로부터 받는 가장 큰 오해가 있다면 무엇일까.

    "강의나 연구는 안 하고 자리 하나 받으려고 저런다는 비방일 것이다."

    ―왜 그런 말이 나온다고 생각하나.

    "모르겠다. 수많은 교수가 정당 공천 받아 국회의원이 돼도 나만큼 욕먹는 사람은 없다. 사실 난 법학자로서 역할에 소홀한 적이 없다. 휴직 한 번 안 해봤다."

    ―9월에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직을 고사했는데.

    "개강했으니 교수가 강의를 해야 하지 않나. 비대위원장은 풀 타임(full time)으로 일해야 한다. 지금 문희상 위원장처럼 일해야 하는 것이다. 직업 윤리상 할 수 없는 일이다."

    ―야권에서 그런 제의를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닐 것이다.

    "2008년 총선 때부터 비례대표 오라는 제의를 여러 번 받았고, 2012년 총선 때는 공천심사위원회 위원장을 하라더라."

    ―야권에서 왜 영입하려 한다고 생각하는가.

    "대중민주주의 사회에서 내가 상품성이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옛날 식으로 하면 신언서판(身言書判)이 괜찮다는 뜻인 것 같다."

    ―그런 제의는 다 거부하면서 정치적 목소리는 내고 있다. 그래서 '안전한 학교에 머물면서 정치권을 기웃거려 몸값을 높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닐까.

    "결국 정치권으로 나오라는 말 아니겠나. 하지만 직업으로서 정치를 택하는 것은 나의 실존적 결단이다. 진보든 보수든 내게 결단을 강요할 수는 없다. 나는 '정치 결벽증'은 없다. 이 정도 입장을 밝혀두겠다. 그리고 내가 할 일을 할 뿐이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지난 19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법과대학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붉은색 터틀넥 스웨터에 검은 재킷 차림이었다. 조 교수는 “내가 대중적으로 상품성이 있다는 건 알지만 마지막까지 법학자로 남겠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실엔 신영복 교수의 ‘행동하는 양심’이란 글씨가 걸려 있었는데, 조 교수는 “내가 감당하긴 어려운 문구”라고 했다. /이태경 기자
    ◇"386, 88만원 세대 위한 사다리를 걷어찼다"

    ―조국은 '강남 좌파'라고들 한다. 실제로 강남 살고 있나.

    "그렇다. 서초구 방배동에 산다. 강남 3구 중에선 비교적 싸다고 한다. 1981년에 지은, 방배동에서도 낡은 재래식 아파트에 살고 있다. 40평대인데, 가격은 10억원쯤 된다. 송파구 방이동에 살다가 서울대 교수가 되면서 2001년에 방배동으로 이사했다. 살던 집 팔고 대출받은 돈 합해서 갈 수 있는 동네 중 가장 조용하고 문화 환경도 좋은 곳이었다. 내가 강북으로 이사 가면 '진정한 좌파'가 되나. 난 서민이 아니다. 그런데도 일부러 서민 지역에 가서 사는 '서민 코스프레(흉내내기)'는 하고 싶지 않다."

    ―요즘 88만원 세대는, 386세대가 온갖 진보적인 말을 하면서도 강남에 거주하고 자녀를 외고에 진학시키거나 미국에 유학 보내는 걸 보면서 치를 떤다.

    "그 적개심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서울대 법대만 나오면 학점이 엉망이어도 취직이 잘 됐다. 요즘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386이 뒤 세대를 위한 사다리를 걷어찬 측면이 있다. 그때는 경제가 팽창하던 시기라 대학만 졸업하면 어디든 취직할 수 있었다. 내 주위를 보면 386은 명문대 출신이 아니어도 대부분 취직 잘하고 결혼해서 집 사고 애 낳았다. 386세대는 독재 정권에 저항하느라 공부를 제대로 못 했다는 피해 의식과, 결국 민주화를 이룩했다는 승자 의식 두 가지에 빠져 후배 세대를 바라보지 못했다."


    ―그런 적개심을 갖는 것이 정당하다고 말하면 끝날 문제인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다. 지금 386은 최고 의사 결정권자는 아니지만 중진이다. 회사에서는 이사급 임원이고 학계에서도 중견 교수다. 법원·검찰에선 부장급이다. 88만원 세대와 대화하며 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저성장·불경기·고령화에 저출산까지 겹쳐 '국운이 기울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누구 책임이라고 생각하나.

    "나를 포함한 386, 386을 포함한 모든 기성세대가 책임져야 한다. 나는 서울대 교수로서, 지식인으로서 이 상황에 책임감을 느낀다. 혼자 아무리 잘살아도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자체가 와해될 상황이라면 서울대니 교수니 하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

    ―해결 방법이 무엇일까.

    "2017년에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

    ―진보가 집권하면 국운이 회복될 것이라는 뜻인가.

    "물론 진보가 집권해도 '천국'은 오지 않는다. 그러나 보수 정권이 경제와 안보에서 잘한 게 뭐 있나? 박근혜 정부 출범으로 보수는 밑천이 다 드러났다."

    ―당신이 꿈꾸는 진보적인 세상은 어떤 곳인가.

    "돈과 힘이 지배하는 사회, 1%만을 위한 사회가 아닌, 차별이 없고 서로 어울리는 사회다."

    ◇"진보, 도덕 내세웠지만 무능했다"

    조국 교수는 2011년을 기점으로 준(準)정치인이 됐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안철수 단일화를 주도했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서울 노원갑에 출마한 민주당 김용민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고 '민주당 멘토단'에도 참여했다. 그해 18대 대선에선 '정권 교체와 새 정치를 위한 국민연대' 상임대표를 맡아 문재인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2012년 대선 때 정권 교체를 위해 필사적으로 뛴 것 아닌가.

    "작정하고 들어간 것 맞다. 서울시장 선거는 출발이었다. 2012년 대선까지 보고 있었다. 친구들에게 '나 들어간다' '대선까지 내다본다'고 말했다. 내 나름대로 흐름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민주당이 시민사회와 손을 잡아야 진보 진영의 판이 커진다고 생각해서 박원순 변호사에게 출마를 강력히 권유했다. OECD 수준의 진보를 위해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2010년 대담집 '진보집권플랜'을 냈다. 스스로를 진보의 대변자로 생각했나.

    "그런 건 아니다. '집권 플랜'이라는 용어 때문에 화제가 됐다. 그때는 진보 진영에 패배감이 만연한 시기였다. 나라도 문제 제기를 해야겠다 싶었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1469만표, 48%를 얻었다. 역대 대선 득표 2위다. 그런데도 졌다. 왜 그랬을까.

    "경제 민주화 깃발은 민주당이 먼저 세웠다. 그런데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이 단일화 문제로 내부 동력을 소모할 때 박근혜 후보가 경제 민주화 이슈를 가져갔다. 시민들은 경제 민주화를 실현할 사람으로 문 후보가 아닌 박 후보를 선택했다."

    ―문 후보의 카리스마가 약해서였을까.

    "박 후보가 가진 이미지 자본, 상징 자본의 힘이 더 컸다. 정치적으로도 문 후보보다 더 능수능란해 보였다. 문 후보가 좋은 사람, 착한 사람으로는 보여도 정치적으로 능수능란하다는 느낌은 주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박 후보가 더 안정돼 보였다."

    ―진보는 왜 그걸 못 하나?

    "정치는 오로지 능력이다. 학문이나 종교와는 다르다.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 능력과 결과로만 승부가 나는 영역이 정치다. '저는 이만큼 착한 사람입니다' 이런 도덕과 윤리가 작용하는 곳이 아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많으면서도 지지율이 여전한 이유는 수권(受權) 능력, 국정 운영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능수능란이란 결국 기술이다. 갈등의 이면에선 타협도 하고 술 마시면서 눙치기도 하고, 세(勢)를 형성해서 바꿔나가야 한다. 우리가 링컨이라고 하면 노예 해방을 이룩한 거룩하고 성스러운 대통령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도 대의를 위해 반대파에게 각종 자리를 제의하면서까지 설득하고 협상했다. 진보에는 이런 능수능란이 부족하다."

    ―지리멸렬의 대명사가 된 야당이 집권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으로는 어려워 보인다. 민생 문제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실천, 합리적 공천 시스템, 결과에 대한 냉정한 승복, 목표를 향한 단결이 없다. 박근혜 정권이 실패한다 해도 새정치연합의 성공으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진보를 불안해하는 까닭은 일부 세력의 이른바 '종북(從北)' 노선에 대한 의심 때문인 듯하다.

    "간첩·내란은 처벌돼야 한다. 그러나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아닌 단순 동조나 홍보는 사상의 자유로 보호받아야 한다. 미국의 홈스 대법관은 '우리가 증오하는 사상의 자유'도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외 발언 그만하고 뛰어들 때 아닌가.

    "내겐 그렇게 뜨거운 '사자의 심장'이 없다. 정치인이 되려면 대중의 바다에 발가벗고 들어가야 한다. 그럴 용기는 없다."

    ―뭐가 두려운가.

    "명성 좀 생겼다고 정치에 뛰어들면 내게도 진보에도 해악이 된다. 이게 두렵다."

    조국 교수
    지난 17일 조국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 책상에 앉아 웃고 있다. 다음 달 출간될 ‘절제의 형법학’ 퇴고에 바쁜 그는 “지금 새정치민주연합 모습으로는 다음 집권이 어렵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트위터로 연대감 느끼고 위로받는다"

    ―이번 저서 '절제의 형법학'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법률 만능주의에 대한 우려로 읽힌다. 박근혜 대통령을 '닭'으로 조롱하는 네티즌에 대해 수사기관은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조롱은 시민의 자연스러운 권리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는 '쥐' '쥐박이'라고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노구라' '깍두기'라고 했다. 그런데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 심각해지고 있으니 이를 처벌하겠다? 경찰·검찰이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을 조롱과 야유를 불허하는 '신성한 존재'로 보고 있다."

    ―올해 초 한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권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중 동원 능력이 아주 강한 정치인이다. 대선에서 역대 최다 득표인 1577만표 51%를 얻어 집권했다. 선거에서 어떻게 발언하고 행동해야 표가 나오는지 잘 아는 유능한 인물이다. 게다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엄청난 자본도 있다. 이런 박 대통령이 '내가 해보겠다'며 김정은 만나 정상회담도 하고 노동 문제도 혁신하면 대체 누가 반대하겠는가. 진보보다 훨씬 강력한 개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2년이 지났는데 박근혜 정부에서 뭘 이뤘는지 모호하다. '경제 살리기'도 불투명해졌다. 김종인·이상돈 등 합리적 보수 세력도 모두 떠났다. 김기춘 비서실장 같은 '훈구대신'들만 곁에 남았다."

    조국 교수는 정권에 대한 비판을 140자 트위터에 담아 날린다. 그가 쓰는 글을 받아보는 팔로어는 약 60만명. 소설가 공지영·이외수 등과 함께 진보 진영의 '파워 트위터리안'으로 꼽힌다.

    ―그동안 트위터를 열심히 해왔다. 교수가 연구나 강의는 안 하고 트위터만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듣는다. 축구 감독 알렉스 퍼거슨은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일정 부분 진실을 담고 있는 말이다. 축구 선수는 일단 축구를 잘해야 한다. 트위터 때문에 본업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하지만 완전한 낭비는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트위터가 하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

    ―트위터를 하는 의미와 재미는 뭔가.

    "나도 인간이니까.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 반응이 궁금하다. 자기 발언의 영향력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쾌감이 있다. 칭찬과 환호에 중독되는 경향이 분명 있고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나에게 동조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연대감을 느끼고 위로를 받기도 한다."

    ―'동안거' '하안거'를 정해놓고 트위터를 일정 기간 쉴 정도이니 깊이 빠진 모양이다.

    "트위터에 몰두하다 보니 '이거 어떡하지' 하게 됐다. 하루에 개수를 정하는 건 불가능하고…. 그냥 '반년은 안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트위터 하는 시간도 전철 탈 때, 밥 혼자 먹을 때, 식사 후 잠깐 쉴 때로 제한한다."

    ◇"선출직은 출마 안 한다"

    ―서울대 법대 졸업에 서울대 교수, 진보 스타, 거기에 외모까지 갖췄다. 대학 때부터 인기가 많았겠다.

    "편지도 많이 받고 고백도 받았다."

    ―잘생긴 덕을 봤다고 생각하나.

    "좀 본 것 같다. 대학 때 학장님 만나 집회나 출판 허가를 받을 일이 있을 때 친구가 가면 퇴짜 맞는데 같은 내용이라도 내가 들고 가면 해주시더라. 하지만 운동권 선배들은 내게 '얼굴이 매스틱(masstic)하지 않아'라고 했다. 잘못된 영어 단어인데, '대중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지금 인기는 일정 부분 외모 덕 아닌가.

    "인정한다. 외모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력을 보면 진보보다는 보수가 어울리는 사람 아닐까.

    "맞다. 게다가 나는 PK(부산·경남) 출신이다. 진보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부채 의식이다. (1987년 고문치사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박종철은 고등학교 후배다. 군사독재 때문에 많은 사람이 젊음과 목숨을 잃고 잊혔다. 살아남은 사람은 다들 자릴 잡았는데…. 우리가 투쟁해서 1987년 민주화를 쟁취했지만 우리가 바라던 세상을 만들어 후배 세대에게 물려주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는 부채 의식도 있다. 또 한 가지는 한국의 보수가 OECD 수준의 '진정한 보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에서는 '좌빨'로 공격받지만, 독일이나 프랑스에선 중도 좌파도 아닌 중도 우파로 분류될 가능성이 많다. 내 정치적 입장의 좌표를 굳이 짚자면 진보적 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 사이에 있는데, 혁명적 공산주의도 합법화돼 있는 유럽에서는 중도 우파, 잘해야 중도 좌파 정도다."

    ―나경원·원희룡 같은 보수 인사와도 친분이 있다. '조국은 보수의 토양에서 피어난 진보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건 배신 아닌가.

    "진보가 경제적 상층 계급이면 진실성을 의심하고, 보수가 상층이면 솔직하다고들 한다. 그래서 하층 계급이 보수를 선택하는 계급 배반 투표 현상이 발생한다. 나는 이를 벌충하기 위해서라도 나의 계급 배반 실천을 계속할 것이다."

    ―조국이란 이름은 2017년 대선 후보로도 거론된다.

    "그건 말도 안 된다. 아까 말했듯 내게 '정치 결벽증'은 없다. 진보 정권의 집권을 위해서 내가 할 일이 있다면 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국회의원 같은 선출직 투표에서 나는 이길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한국 정치에선 서민적 풍모가 중요하다. 박원순 서울시장, 문재인 의원 같은 사람이 오히려 어울린다."

    ―박 시장도 외모만 서민적이지 이력을 보면 당신과 같은 수퍼 엘리트다.

    "전통적 진보 지지층 성향으로 보면 객관적 이력은 훨씬 서민적이어야 한다. 대학도 사실 비(非)서울대 출신이 낫다. 서민의 고통을 더 많이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나는 차라리 '합리적 보수'로 갔으면 맞을 사람이 진보 진영에서 목소리를 내는 격이라 진보의 중심인물로는 부적합하다."

    ―2017년 대선엔 누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나.

    "문재인, 박원순, 김무성, 김문수 정도? 새 인물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본다."

    ―안철수 의원은 나오지 않을까.

    "안 의원은 현실 정치에서 더 많이 굴러야 할 것 같다. 2017년까지 회복이 될지는 모르겠다."

    ―선출직에 생각이 없다면 임명직은 어떤가. 진보가 집권하면 입각(入閣)할 건가.

    "입각도 되도록 안 하고 싶다."

    ―왜? 인사청문회가 두려운가.

    "하하. 결격 사유는 없다. 글 쓰고 책 내는 게 더 좋다. 교수 하다가 장관 하신 분들 보면 공부를 포기한 경우가 많다."

    ―'정치 결벽증 없다'는 말은 여지를 남겨두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선거에 정말 안 나갈 생각인가.

    "정치·국정 경험은 중요한 것이다. 그 경험이 내겐 없다. 내가 선거에 나가면 사람들이 처음엔 손뼉 좀 치겠지. 그다음엔 '교수가 뭘 알아?' '네가 세상 쓴맛을 알아?' 할 거다. '저 알아요' 말해본들 얼마나 설득력이 있겠나. 학교에서 계속 가르치면서 마지막까지 법학자로 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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