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과 노동개혁] "정규직 過보호 줄여야 정규직 더 채용… 非정규직 대책만으론 한계"

입력 2014.11.27 05:27

[최경환 경제팀 "노동개혁 해야 일자리 늘고 경기 살아나"]

"임금피크제· 탄력근로시간제 등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책 중요"
어떤 방안 나와도 강제성 없어… 노사정 대타협이 우선 돼야
고용노동부는 마뜩잖은 표정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노동시장 개혁에 나선 것은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600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급선무라고 보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의 해법은 과거 경제팀과 다른 방식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배려 차원의 정책이 아니라, 정규직 채용을 늘려서 비정규직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는 낮은 임금과 고용 보장이 없는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이유가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로 기업이 정규직 채용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나온 해결책이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정규직의 장벽을 좀 낮춰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넘어가서 채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정부의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와 관련해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심각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노동개혁 이슈를 부쩍 강조하고 있는 최 부총리가 지난 10월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종합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정부의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와 관련해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심각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노동개혁 이슈를 부쩍 강조하고 있는 최 부총리가 지난 10월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종합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전기병 기자
정부 관계자는 26일 "독일은 정규직 과보호를 해결해 고용 시장에 활력이 돌게 했고, 이탈리아는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해 '이혼보다 해고가 어려운 나라'라는 말을 듣는다"며 "이제는 독일과 이탈리아, 어느 나라의 길을 따라갈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디.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야 경제 활력 찾는다"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꺼리는 최대 걸림돌은 한번 채용하면 해고가 어려운 점이다. 그렇다 보니 정규직이 필요한 자리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캐나다 프레이저연구소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 자유도 보고서'(2012년)에 따르면 한국의 고용 시장 유연성은 2000년 58위에서 2003년 81위, 2012년 133위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근로자 채용과 해고가 어려울 뿐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들고 노동 관련 규제가 많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한국 노동시장의 국제 경쟁력 순위 표
기재부 관계자는 "정규직을 쉽게 자르게 하자는 것이 아닌, 정규직 과보호의 농도를 완화하자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정부는 노사(勞使)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하지 않았더라도 근로자가 개별적으로 임금피크제에 들어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등 유연한 임금 체계 확산 ▲시간제 근로 형태 활성화 등 근로시간의 탄력적 운용 ▲직종·직무 전환을 위한 직업훈련 확대 등을 목표로 삼고 구체적인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염두에 두고 있는 개혁안은 비정규직인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간이 2년으로 묶여 있어 기업들이 용역 하도급 업체를 통해 인력을 쓰는 관행을 줄여 보자는 취지다. 또 경비·청소 등 32개 업종에만 허용되고 있는 파견 제한을 일부 확대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2~3개월씩 끊어서 근로계약을 맺는 '쪼개기 근로계약' 관행을 없애기 위한 규제도 마련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의 퇴직금 수혜율과 각종 사회보험 가입률을 올리기 위한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한국판 '노사정 대타협'이 해법

최 부총리가 추진할 노동시장 개혁은 노사의 대타협을 전제로 한다. 정부가 만든 방안을 기업이나 노조에 일방적으로 강요해서는 사회적 갈등을 폭발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나 "타협 가능한 테이블에 앉아서 여러 가지를 논의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부가 여러 안(案)을 마련해서 노·사·정의 협상을 통해 대타협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네덜란드 등에서 이뤄진 사회적 대타협을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이 기재부의 생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정부 부처 간의 의견조차 엇갈리는 상황이라 최 부총리가 갈 길이 멀다. 고용 시장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기획재정부가 정규직 과보호 완화 목소리를 내는 것이 불만이라는 표정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법이 정규직을 과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 노조의 힘과 관행이 정규직을 과보호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규직 과보호 문제를 꺼내는 것은) 실리도 없고 노동계의 반발만 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정규직의 양보를 이끌어 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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